요즘처럼 ‘안녕하시냐’는 인사가 절실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바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이다. 영국 현직 총리가 확진 판정후 증상 악화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나왔다. 미국과 일본은 뒤늦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세계 각국이 코로나와 하루하루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결국, 인류의 시선은 이제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킬 치료제 개발에 쏠려있다. 특허를 통해 관련 기술개발의 현주소와 그 시사점 등을 짚어본다.
美∙中, 양떼기 특허로 압도
먼저, 코로나 감염증 예방 및 치료제 개발의 원천기술인 ‘항바이러스’ 관련 특허의 출원추이부터 살펴보면, 최근 미공개 구간을 제외하곤 뚜렷한 우상향 기조를 보인다. 그만큼 관련 연구개발에 R&D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해당 시장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예년과 다르게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2002~2003년과 2015~2016년 두차례에 걸친 변곡 포인트다. 복기해보면 이때는 각각 ‘사스’와 ‘메르스’ 사태로 전세계가 팬더믹에 빠졌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또 한차례 항바이러스제 관련 기술특허 출원 급증세가 예상된다. 불행히도, 이 변곡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것 역시 주의 깊게 봐야할 대목이다.
이에 따르면, 정량적 측면에선 중국과 미국이 월등히 많은 양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 반면, 스위스나 벨기에, 네덜란드 등 EU권 국가들은 절대량은 적으나, 비교적 양질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본이나 중국 대비 출원양은 많지 않지만, 질적 측면에선 이들 국가를 앞선다. 신흥 바이오 강국 ‘인도’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절대량에선 다소 밀리나, 특허의 퀄리티에선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과 어깨를 견줄 정도다.
그런데, 이를 특허 피인용도와 패밀리특허 건수, 권리이전 유무 등 기술적/상업적 가치까지 종합 고려해서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단순히 보유 특허건수만 봤을 땐 7위로 처져있던 미국 생명공학업체 길리어드 사이언시스가 단숨에 2위로 치고 나온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 역시 9위에서 일약 3위권에 진입한다. 반면, 각각 4위와 10위에 올라있던 중국 연구소들은 일제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물론, 절대 출원량은 특허권 방어적 측면에서 의미있는 수치다. 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로만 봤을 때 중국은 아직 기술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 이렇다 할 특허를 내놓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분석 대상을 좀 더 좁혀보자. 여러 바이러스 중 ‘코로나’ 병원체 분야 연구개발만을 특정해, 해당 기업들을 솎아낸 거다. 이렇게 들어가보니 지금껏 보이지 않던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이 등장한다. 보유 특허수는 많지 않지만, 질적 측면에선 타 경쟁사를 압도한다. 아래 그래프의 Y축에 보이는 경쟁력 지수값 평균치가 1인 점을 감안하면, 큐어백 기술력은 업계 평균 대비 30배나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미 행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큐어백의 인수와 소속 기술진의 미국 송환을 추진했던 이유, 이 한 장의 그래픽으로 넉넉히 설명된다.
대한민국의 항바이러스제 연구개발은 생명공학연구원과 화학연구원, 서울대 등 정부 주도형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앞에서 봐왔던 서방 선진 민간기업들의 R&D 방식과 뚜렷히 구분되는 점이다.
반면, 기술력과 경쟁력 등 특허의 질적 측면에서는 SK디스커버리와 한미 사이언스, ST팜 등 민간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보여주기식 성과주의는 우리 국책연구소들에게 출원남발 현상을 야기시켜왔다. 양만 많지 쓸만한 특허는 없단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세상에 착한 특허는 없다."
특허가 갖고 있는 강력한 독점력을 두고, 시장에서 나오는 볼멘소리다. 특허는 기본적으로 ‘독점’을 전제로 한다. 발명자의 노고를 각국 정부는 특허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합법적으로 독점을 보장해준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전인류적 대재앙 앞에, 이 같은 이윤 추구는 비난의 대상이다. 인간의 보편적 건강권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과 같은 필수의약품 부족 사태에 대비, 정부가 나서 ‘공공제약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특허법 제106조 2항, 즉 ‘특허발명의 정부사용 조항’을 적극 해석해 최소한 돈 없어 치료 못받는 일은 없게 하자는 거다. 이 경우 기존 특허권자의 권리 침해는 물론, 개발의지 약화라는 부작용도 크다. 양측간 균형잡힌 조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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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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