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 소형선박 전동화 사업 성과 가시화
배터리 전기선박, 연료전지 등 전동화 플랫폼 개발
"전기차의 강력한 성능에 매료됐습니다. ‘차는 되는데 배는 안될 이유가 있나' 싶어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전동화(electrification)와 관련된 최신기술을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소형 선박이 최고의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전기선박은 전기차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에서 작동한다. 전기차에는 타력주행이나 회생제동 등 전력소비를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는 기술이 대거 적용된다. 그러나 선박은 높은 토크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많은 전력을 소비해야 한다. 공기보다 물이 1000배 이상 저항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고성능 전기모터와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선박 스크류가 헛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박의 전동화가 가져올 이점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이칠환 대표 설명이다. 친환경성은 물론 전기 동력 특유의 고성능과 저소음이 국내 소형선박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선박은 이동뿐만 아니라 같은 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업 중인 어선이나 낚시배, 레저용 요트의 경우 정박 작업 중 디젤엔진의 소음과 매연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전동화된 선박이라면 이런 문제가 없겠죠. 또, 선박은 수리·유지 비용이 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쌉니다. 조작도 어렵죠. 전동화된 선박은 메인터넌스 비용도 적고 조작도 쉽기 때문에 ‘진입 장벽'을 없애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바람은 조선해양 분야에서도 강하게 분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에 약 9만척, 미국과 영국 및 노르웨이 등 글로벌 시장에 약 1794만척의 소형 선박(레저 선박 포함)이 운영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소형 선박의 대부분은 일본산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환경과 화재에 치명적인 강화플라스틱(FRP)으로 건조된다.
최근 국제해사기구인 IMO가 해양환경오염방지협약(MARPOL)을 강화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올 1월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선박을 전기추진 또는 하이브리드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민간에서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면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지원금을 준다.
자동차 업계와 협업도 활발하다. 제주도에서 기아차의 대표 친환경차 니로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에 탑재됐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재가공, 선박의 동력원을 구축하는 시도다. 이동형 에너지 저장장치(ESS)에 국한됐던 자동차 배터리 2차가공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 앞선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소연료전지 활용 솔루션도 빈센이 집중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칠환 대표는 소형선박이 향후 전동화 모빌리티 분야의 최전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최신 기술을 가혹한 조건에서 검증하는 데 소형선박이 플랫폼으로서 최선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대형 선박 분야는 우리나라가 앞서있지만, 소형 선박은 해외 기술의존도도 높고 제품 수준도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국산화를 통해 친환경성을 확보하고, 국내 소형선박 건조기술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선박이라는 플랫폼을 매개로 다양한 분야의 플레이어들을 조율하고, 전동화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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