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바뀌는 미래가 아닌 우리 스스로 바꾸는 미래가 되도록 과학기술 중심으로 준비가 필요합니다."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최근 IT조선 기자와 만나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달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본부장에게 과학기술혁신본부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김동진 기자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김동진 기자
지난해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부터 혁신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철저하게 ‘현장 목소리’를 담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과연 변화가 있었나?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는다. 본부장부터 직원을 편하게 대해야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다. 회의에서 상대 의견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은 후 내 생각을 말한다. 110명에 달하는 직원 이름도 모두 외워 부르고 근황을 묻거나 먼저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내부 차원의 변화를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외부 차원에서는 ‘찾아가는 연구현장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다. R&D 예산 배분·책정과 관련해 2월부터 59개 정부 출연연을 방문해 기관장과 30~40분간 면담하고 있다. 현재까지 50개 기관을 방문했고 9개 기관이 남았다. 긴 여정이었지만, 기관마다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실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혁신성장을 위한 3대 중점산업인 바이오헬스와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미래차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 전기·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구 둘레 약 20배에 달하는(83만㎞) 자율주행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의료기기·의약품 수출도 연평균 17% 이상 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점은 신산업 육성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미국 시장의 높은 허들도 기술력으로 넘었다. 세계인들의 뇌리에 ‘진단 키트 기술력은 한국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팹리스-파운드리-수요기업 간 협력을 통해 차세대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 반도체와 주력 산업용 첨단 반도체, 신소자와 미세공정 기술 등을 개발한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발전을 막는 지나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는 필수라는 의견이 대립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작년 8월 발표한 소부장 대책을 통해 규제를 일부 완화해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예컨대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및 기존사업장 영업허가 변경 신청을 기존 75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반도체 등 설비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시설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에 대한 고민이 깊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흔들리는 시기일수록 해외에 나가 있는 제조사들을 국내로 다시 불러올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되, 융통성 있게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화학물질로부터 국민과 연구자의 안전을 지키고, 사업장의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도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년 이상 장기적 시각을 갖춘 R&D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연 단위로 책정되는 국가 예산이나 사업으로 장기적 R&D를 꾸준하게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소부장은 단·중기와 장기, 투트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수출규제와 코로나19 사태로 당장 문제가 될 수 있는 핵심품목에 대해선 수요-공급기업이 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기 상용화 R&D와 실증지원 등을 통해 조기에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

미래를 대비한 원천기술과 차세대 기술은 중장기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과기정통부가 10년 내외 장기 투자로 기초·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산업부·중기부가 이를 이어받아 중·단기에 사업화하는 부처 협업 체계를 확립한다면, 장기적으로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김동진 기자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김동진 기자
―코로나19 대책과 코로나 이후 R&D 전략에 관해서도 설명해달라.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지난 3월 수립한 ‘2021년도 정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을 수정했다. 이를 내년도 R&D 예산 배분과 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민간의 R&D 투자여건 악화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코로나19에 따른 직접적인 위기를 대응할 수 있도록 과감히 지원하겠다. 중소‧중견기업의 R&D 및 연구인력 고용 유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우선 지원하며,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등에 투자를 강화하겠다.

투자 방식에서도 유연성을 확보하겠다. 이를 위해 일몰 사업이라도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과 고용 안정화에 연계되는 경우 신규 연구개발 소요를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뉴딜’ 관련 과기정통부 역할은 무엇인가?

지난 7일 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형 뉴딜’ 추진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과거 대규모 토목공사와 달리,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력인 DNA(데이터, 네트워크, AI) 뉴딜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 등 3대 분야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구체적인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추진할 예정이다. 핵심은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며 교육부가 큰 역할을 했지만, 과기정통부가 인프라를 구축하며 플랫폼 역할을 했기에 520만명의 동시 접속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6개월이 걸릴 일을 한 달 만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협업했다.

한국형 뉴딜이 디지털 뉴딜이라면, 과기정통부는 플랫폼 부처의 역할을 하겠다.

김성수 과기혁신본부장 / 김동진 기자
김성수 과기혁신본부장 / 김동진 기자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계획은 무엇인가?

R&D 혁신과 도전성 강화를 위해 기획한 ‘혁신도전 프로젝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겠다. 안정지향적인 연구를 과감히 탈피, 성공 시 파급력이 큰 고위험·혁신형 R&D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책임질 추진단장 임명이 이달 중으로 마무리된다. 부처를 넘나드는 연구를 기획하고 시범사업에 착수해 연구 패러다임을 바꾸는 성과를 거두도록 지원하겠다.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일본 수출규제 사태다. 근본적인 해법은 과학기술에 있다는 인식으로 현장전문가들을 직접 만났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R&D 종합대책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것으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역할을 확인하고 과학기술인의 결의를 다지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지금 또 다른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과학기술이 산업에 적용되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우리 일상과 일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코로나19로 바뀌는 미래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바꾸는 미래가 되도록 과학기술 중심으로 준비가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과학기술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힘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기술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도록 과학기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가겠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