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손 빌어 MS 약올린 소니, 언리얼엔진5로 PS5 고성능 어필

소니(SIE)가 에픽게임즈 손을 빌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케팅 실패를 꼬집었다.

MS는 8일 유튜브를 통해 게임 영상 일부를 공개했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신작 게임 ‘브라이트 메모리 인피니트’를 제외하고 신형 MS 엑스박스 게임기에서 실행되는 게임 영상을 공개하지 않아 팬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하지만 소니는 달랐다. 14일(이하 현지시각) 일본 소니는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5’ 발표와 함께 자사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PS5)에서 구동되는 영상을 공개하며 게임기가 지닌 그래픽 성능을 뽐냈다. MS가 하지 못한 차세대 게임 그래픽 품질 정보에 대한 게임 팬들의 갈증을 에픽게임즈가 해소해준 셈이다. 기본적인 하드웨어 성능 외에 PS5 정보를 철저히 숨겨왔던 소니는, 자신이 아닌 남의 손을 빌려 경쟁사인 MS를 공격한 모양새가 됐다.

언리얼엔진5 PS5 테크 데모 ‘나나이트 세계의 루멘’ / 유튜브

MS는 8일 유튜브를 통해 자사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X’용으로 개발 중인 파트너사 게임 13종을 선보였다. MS는 게임 팬들에게 8일 공개 영상을 통해 자사의 신형 엑스박스 게임기에서 구동되는 게임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정작 ‘신작 게임 영상'만 선뵀다.

분노한 게임 팬들은 해당 유튜브 영상에 좋아요 보다 더 많은 2만9000건 이상의 ‘싫어요'를 남기는 등 혹평을 쏟아냈다. 아론 그린버그(Aaron Greenberg) 엑스박스 마케팅 매니저는 트위터를 통해 "게임팬들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고 말았다"며 마케팅 실패를 인정했다.

언리얼엔진5 PS5 테크니컬 데모 ‘나나이트 세계의 루멘’ 영상 일부 / 에픽게임즈

14일 자정 에픽게임즈는 소니 PS5 게임기에서 실행되는 언리얼엔진5 테크니컬 데모 영상 ‘나나이트 세계의 루멘(Lumen in the Land of Nanite)’을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언리얼엔진의 ‘카오스피직스·디스트럭션' 등을 활용한 사실적인 물체 움직임과 빛을 표현했다. 이제까지 게임 콘텐츠에서 보기 힘들었던 세밀한 그래픽 디테일로 게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MS의 엑스박스SX가 아닌 소니의 PS5를 관련 게임기로 소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팀 스위니(Tim Sweeney) 에픽게임즈 CEO는 PS5에 대해 "PS5의 빠른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그 어떤 게이밍PC보다 우수한 최고수준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라고 밝혔다.

언리얼엔진5는 기존 언리얼엔진4 등장으로부터 8년만에 나온 최신 게임 제작 도구다. 에픽은 2011년 언리얼엔진5 프리뷰 버전을 공개하고 2011년말까지 정식 버전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는 언리얼엔진5에 대해 "제작자가 폴리곤 수 등 제약없이 실사와 동일한 수준의 포토리얼리즘 게임 그래픽을 완성시킬 수 있다"며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품질 저하없이 게임엔진에서 그대로 실시간 렌더링 결과물로 자동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픽게임즈는 PS5에서 실시간으로 구동되는 테크 데모 ‘나나이트 세계의 루멘’을 통해 가상화된 마이크로폴리곤 지오메트리 ‘나나이트’와 사실적인 빛 표현을 만드는 ‘루멘' 등 2가지 기술을 핵심으로 소개했다.

나나이트는 게임 제작자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섬세한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한 화면에 수억개에서 수십억개의 폴리곤으로 구성된 영화 수준의 아트 소스를 품질 저하 없이 언리얼엔진5로 작업해 그 결과물을 게임기로 실시간으로 표시해 낼 수 있다.

‘루멘’은 장면과 빛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다이내믹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솔루션이다. 별도의 레이트레이싱 하드웨어 없이도 사실적인 빛 표현을 구현한다.

에픽게임즈 관계자는 "언리얼 에디터에서 최종 버전의 게임에서 돌아가는 모습과 똑같이 실시간으로 빛을 움직이며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