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은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의 게임 세상’을 줄인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게임 업계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다. [편집자주]

팀슈팅게임 발로란트는 라이엇게임즈가 처음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을 활용하지 않고 제작한 첫 작품이다. 이 게임은 최근 한국에서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다. 정통 1인칭슈팅(FPS)게임처럼 찰나의 순간에 조준 실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재미와 함께 캐릭터의 개성과 특수 능력을 활용하는 재미도 함께 제공한다.

라이엇은 2008년 출시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세계에서 대박을 터뜨려 오랫동안 ‘원 히트 원더’ 게임사로 불렸던 만큼 타 장르, 타 지식재산권(IP)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비공개 테스트로 즐겨본 발로란트는 총싸움게임에 어느 정도 숙련된 이용자라면 확실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다. 다만 아직 출시 전 테스트 버전인 만큼 개선이 필요한 점도 다수 보였다.

발로란트 플레이 영상 / 오시영 기자

탱·딜·힐 역할 분배 걱정 ↓ 총기 앞에서 모두 평등하게 즐긴다
조준 실력과 전략에 따라 누구나 ‘캐리’할 수 있는 시스템

발로란트는 총 24라운드 동안 각 5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공격과 방어 진영으로 나뉘어 총싸움하는 게임이다. 공격팀은 ‘스파이크’라는 설치형 폭탄을 주요 거점에 설치하고, 폭발할 때까지 지키면 라운드에서 승리할 수 있다. 수비팀은 적이 폭탄을 설치하는 것을 저지하고, 설치된 폭탄을 해체하면 라운드에서 승리한다. 13라운드를 먼저 승리하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

출시 전에는 근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특수 능력을 보유한 요원이 겨룬다는 세계관을 담은 탓에 경쟁사 게임 오버워치와 유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게임성을 담았다.

하이퍼 일인칭슈팅(FPS)게임으로 분류되는 오버워치의 경우는 맞아주고, 공격하고, 치유하는 탱·딜·힐 체제가 매우 확고해 각 캐릭터의 특수 능력 활용도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탱커가 적의 공격을 한 몸에 받더라도 아군 힐러가 치유 능력을 잘 활용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 이 탓에 디바·윈스턴 같은 돌진형 탱커가 지형을 가리지 않고, 몸을 사리지 않고 적진으로 날아서 돌격하는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발로란트의 게임성은 정통 FPS에 더 가까워 ‘너도 한방 나도 한방’ 식의 총기 플레이가 주류를 이룬다. 모든 캐릭터 체력이 100으로 시작하고 보호막을 착용해도 체력이 최대 150밖에 안된다. 반면 총기 피해는 강력해 훨씬 더 신중하게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적과 마주했을 때 확실히 잡아내야 한다. 발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걷도록 하는 시프트 키를 누르고 적의 뒤로 이동할 때면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이 덕에 지형에서 천천히 시야를 확보하며 서로 엄호해주고 지형에 은·엄폐하는 등 조금 더 정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게 된다. 적과 만났을 때 전투를 어떻게 벌일지 대해 팀과 논의하기보다는 특정 지역을 공략하거나 지킬 때 어떤 지역을 맡을지 등을 주로 논의한다.

팀을 승리로 끌고 간다는 의미의 캐리(Carry) 플레이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장점도 확실하다. 모든 캐릭터가 상점에서 동일한 종류의 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탓에 힐 능력을 지닌 이용자도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적을 한방에 제거하는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다. 오버워치의 경우 상대적으로 캐리 플레이를 하기 유리한 딜러 포지션에 많은 이용자가 몰리는 탓에 딜러로 게임을 하려면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한다.

적이 올 지역을 미리 맡고 있다가 처치하는 장면 / 오시영 기자
적이 올 지역을 미리 맡고 있다가 처치하는 장면 / 오시영 기자
특수 능력 전략적 활용도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조준 실력
일부 이용자는 스킬 연출 개선 요구도

특수능력 활용 폭 또한 제한적이다. 각 캐릭터는 기본 기술 1개, 상점 구입 기술 2개, 궁극기 1개를 보유했다. 특정 지역의 적 시야를 밝히거나, 독가스를 살포해 지속 피해를 주거나, 벽을 세워 지형을 막는 등 분명 전략적 활용도는 확실하지만, 오버워치처럼 하늘을 계속해서 날거나, 잠시 동안 무적이 되는 등 순간적으로 극적인 효과를 주지는 않는다. 궁극기도 라운드 다수를 거쳐야 한 번 쓸 수 있는 탓에 자주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상점에서 구입해 사용하는 스킬의 경우, 다른 FPS게임에서 주무기 외에 들고 다니는 수류탄, 연막탄 등에 개성을 추가한 정도의 활용도를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결국 총기로 적을 얼마나 신속하게 맞출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이 덕에 조준(에임) 실력이 좋은 이용자일수록 발로란트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엇게임즈는 요구 성능이 타 게임에 비해 비교적 낮아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발로란트의 요구 성능을 매우 낮게 구성했다. 게임용 노트북이 아닌 LG그램이나, 내장용 그래픽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도 게임을 구동할 수 있을 정도다.

요구 성능은 낮으나 캐릭터나 지형 , 총기 등 기본적인 그래픽은 깔끔하고 알아보기 쉽게 구성했다. 하지만 기술 그래픽 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라이엇게임즈는 연막탄, 불의 벽 등 특수 능력의 그래픽을 매우 단순하고 만화적으로 구현했다. 연막탄이 완벽한 반구형(半球形)이고, 불의 벽은 종이 한 장 얇기로 타오르는 식이다.

이는 피격 범위를 정확하게 표시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용자가 2020년에 출시는 게임 치고는 그래픽 표현 수준이 너무 낮다는 목소리를 낸다.

연막탄(왼쪽)과 불의 벽을 만드는 기술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연막탄(왼쪽)과 불의 벽을 만드는 기술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라이엇게임즈도 이런 지적을 귀담아 듣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분명 낮은 요구 성능으로 출발하긴 했으나 캐릭터가 스킬을 활용할 때 ‘연출’ 면에서는 그래픽 수준을 뛰어넘는 퀄리티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발로란트는 그래픽 수준과 함께 연출까지 다소 밋밋한 탓에 스킬을 사용하는 맛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이에 더해 한국 시장에서는 최고 수준의 게임 환경을 갖춰놓은 피시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많고, 해외에서도 PC 보급 상황이 원활해진 탓에 무조건 요구 성능이 낮은 것이 능사는 아니다. 배틀로얄게임 콜 오브 듀티 워존은 설치 용량만 해도 100GB를 요구하고, 결코 낮은 성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서비스 10일만에 누적 이용자 수 3000만명을 기록했다.

게임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 뱅가드 오작동 등은 ‘숙제’
최고 수준 이용자 겨루는 e스포츠서 게임의 진면목 드러날 듯

게임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는 점은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소로 꼽을 수 있다. 한 게임을 승리하려면 13라운드를 선취해야하므로 최대 25라운드까지 진행해야 승부가 나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직접 게임을 즐겼을 때, 18라운드만에 끝난 게임의 길이가 30분이 좀 넘었다.

정적으로 적의 위치를 파악해가며 최대한 집중해서 즐기는 게임치고는 길이가 다소 길게 느껴졌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보다 더 강한 아이템을 구입해 게임을 더 손쉽게 풀어갈 수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는 달리 발로란트는 라운드마다 거의 같은 조건에서 적과 긴장감 있게 겨뤄야 하는 탓에 이용자 피로도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패색이 짙거나, 고의로 게임을 망치는 이용자가 있을 경우 빠르게 다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항복 기능도 없다.

조용히 이동해 적의 뒤를 노리는 모습, 발로란트는 매 라운드 최선을 다해 즐겨야 하는 게임이다. / 오시영 기자
조용히 이동해 적의 뒤를 노리는 모습, 발로란트는 매 라운드 최선을 다해 즐겨야 하는 게임이다. / 오시영 기자
초보자를 위한 배려도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총기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를 위해 팀 조합을 고려해 알맞은 총기를 추천해 주는 기능, 발로란트 규칙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를 위해 스파이크가 폭발하기 전에 ‘스파이크를 제거하러 거점으로 가야 합니다, 아군이 떨어뜨린 스파이크를 주워야 합니다’ 같은 친절한 안내문을 띄우는 기능 등을 고려할 만 하다.

발로란트는 FPS게임의 운영에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불법프로그램) 방지 대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형을 투시해 적의 위치를 확인하는 월핵을 방지하기 위해 적이 시야에 들어오기 전에 이용자 위치를 생략해 표시하는 ‘전장의 안개’ 시스템, 안티치트 전용 프로그램 ‘뱅가드’ 등을 마련해 불법 프로그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회사는 핵 사용자 처벌 수위를 높이고, 끝없이 불법 프로그램에 대항할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다만 뱅가드의 경우 게임을 실행하지 않을 때도 PC 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되는 상태라는 점, 게임 중에 뱅가드 오류로 접속이 해제되는 점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뱅가드 오작동 탓에 게임 접속이 강제로 해제된 뒤 들어오니 같은 팀 이용자가 전부 "원래 이유 없이 오작동하는 경우가 잦다"며 이해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점수가 걸린 경쟁전, 승부처가 되는 라운드에서 뱅가드 오작동으로 게임 접속이 해제되면 이용자는 매우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게임 중 갑자기 접속에서 해제된 뒤 등장한 안내문, 어떤 오류가 발생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 오시영 기자
게임 중 갑자기 접속에서 해제된 뒤 등장한 안내문, 어떤 오류가 발생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 오시영 기자
개선점을 일부 나열했으나, 발로란트만의 장점 역시 확실하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세계에서 흥행시킨 전력이 있는 회사다. 발로란트도 e스포츠 대회를 열면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최고 수준의 조준 실력과 한 몸처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이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 기대된다.

이용자 관심도 뜨겁다. 발로란트는 4월 북미·유럽에서 한차례 먼저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테스트를 시작한 날에 트위치 최고 동시 시청자 수가 172만명에 이르면서 역대 2위 기록을 달성했다.총 시청 시간은 3400만시간으로 역대 1위에 올랐다.

다만 리그 오브 레전드만큼 e스포츠가 활성화되려면 게임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라이엇게임즈는 이용자 피드백에 귀를 잘 기울이고 게임에 반영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을 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IT조선은 6월 2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클라우드를 살펴볼 수 있는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 IT조선
IT조선은 6월 2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클라우드를 살펴볼 수 있는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 IT조선
행사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chosunbiz.com/cloud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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