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포스트 코로나 대비 차원 비대면 의료 체계 구축 공식화
코로나19 위기 속 비대면 의료 시행 건수만 26만여건 이상
의협 발칵…"코로나19 틈 타 졸속 정책 추진 말라"
박근혜 정부땐 안되고, 지금와서 되는 이유 해명 필요

청와대가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면서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기존에 유지하던 ‘확대 검토’에서 ‘추진’으로 기조가 확 바뀌자 의료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코로나19 위기를 정략적으로 악용한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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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비책=원격의료"

청와대는 15일 코로나19 재유행 등 감염병 대비 목적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비대면 진료 목적이 방역이라며 이를 ‘의료 영리화’’로 간주하는 반대 의견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고 향후 예상되는 2차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는 배경과 관련해 "코로나19가 3달 이상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는 환자 안전과 의료진 안전에 도움이 된다"며 "비대면 진료는 지금까지 전화 진료 방식으로 26만여건 이뤄졌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60세 이상 고령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비대면 진료 체계 구축이 ‘의료 영리화’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계획은 ‘의사의 안전한 진료’와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료 영리화 관련 비판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대형병원에서만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동네병원까지 상당수 전화 진료를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월 말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종별 전화상담·진찰료 청구 현황’에 따르면 2월24일부터 5월 10일까지 진행된 전화상담 수는 총 26만2121건이다. 그 중 의원급이 10만6215건으로, 상급종합병원(4만892건)과 종합병원(7만6101건)보다 많다. 진료금액 역시 의원급이 12억9467만원으로 상급 종합병원(6억2164만원)의 두 배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종전에 나왔던 ‘확대 검토’ 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앞서 5월 13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대상 강연에 참석해 "과거에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자세히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박근혜 정부땐 싫다며…뭣이 다른디"

이번 청와대 입장에 의료계는 반발이 상당하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마주해 진찰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사태를 틈 타 원격의료를 허용하려는 정부의 정책 추진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원격의료를 반대했다가 갑자기 원격의료를 찬성하는 영문을 모르겠다며 설득력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의협은 "박근혜 정부는 당시 의료계와 논의 없이 원격의료를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 홍역을 치뤘다"며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진료 퀄리티를 담보할 수 없고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의료계에 힘을 보탰다"고 전했다.

이어 "원격의료의 수 많은 문제점 가운데 단 하나라도 바뀐 것은 없다"며 "당시 신랄하게 원격의료를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을 논하기 앞서 설득력있는 해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코로나19로 전화상담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2월 자칫 초기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반대했다. 당시 의협은 "유선을 이용한 상담과 처방은 의사와 환자 사이 대면 진료 원칙을 훼손하는 사실상의 원격의료다"라며 "현행법상 위법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검사가 필요한 환자의 진단을 지연하거나 적절한 초기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전화로 상담한 후 처방을 하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다시 약국을 방문해 약을 조제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내 조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의료기관 직접 조제와 배송을 함께 허용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