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테크 트렌드가 바뀌어 있어 관심이 쏠린다. 명품백 대신 고급 스니커즈를 모으고 은행·보험·주식을 선보하기 보다 P2P·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인다.

 스니커테크는 MZ세대로 부터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는다. / 스톡엑스
스니커테크는 MZ세대로 부터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는다. / 스톡엑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최근 한정판 스니커즈(운동화)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을 선보였다. 크림은 구매한 신제품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확보하는 '리셀(되팔기)'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크림을 선보인 후 스노우에 700억원을 출자했다. 크림에서 기회를 엿봤기 때문이다. 그 동안 스노우는 증강현실(AR) 기반 카메라 앱인 스노우로 인기를 끌었지만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 적자가 쌓이는 상황이었다. 네이버가 투자한 금액만 지금까지 3270억원이다.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시작한 서비스인 '크림' 등 이용자 반응이 좋아 계속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라며 "필요하다면 외부 투자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들였다가 더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와 같은 영역이 MZ세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과거 고가의 명품백이나 명품 시계 등에 투자해 되팔던 ‘샤테크(샤넬+재테크)가 젊은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춰 운동화로 옮겨간 셈이다.

미국 코웬앤드컴퍼니 투자은행에 따르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까지 약 60억달러(7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MZ세대가 스니커테크에 몰리자 이 시장을 겨냥한 투자가 잇따른다. 국내 대표 스니커테크 플랫폼 프로그를 운영하는 힌터는 올해 초 벤처캐피탈(VC)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영역확장을 위해서다.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 관계사인 서울옥션블루는 스니커즈를 중심으로 한 컬렉터블 아이템 거래 플랫폼 XXBLUE를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말 한정판 스니커즈 행사를 기획해 인기를 끌었다.

 MZ세대로부터 인기를 끄는 각종 서비스. / 각 사 제공
MZ세대로부터 인기를 끄는 각종 서비스. / 각 사 제공
MZ세대는 핀테크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는다. P2P를 비롯해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 서비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간편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니스트펀드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자사 P2P금융 서비스에 투자한 고객 중 20대 비중은 31%를 차지했다. 전체 투자자 인원수 대비 20대의 비율은 지난 2018년(9%)과 비교하면 3년만에 무려 22%p가 증가한 수치다.

20대 투자자 증가 요인은 ▲투자 간편성 ▲모바일 접근성 ▲소액투자 등으로 분석된다. P2P투자는 상품에 따라 기대수익률, 투자기간, 상환방식 등이 다양해 각자의 투자성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또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연결된 환경이라면 모바일로 간편투자가 가능한 점, 뱅크샐러드·토스 등 M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플랫폼과 투자연계로 접근성이 높아진 점 등이 20대 투자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제로금리시대에 재테크에 대한 인식이 젊은 세대들에게 크게 확산됨에 따라 자본금이 부족한 20대들은 소액으로도 투자 가능한 간편투자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핀테크 서비스 역시 빠르고 간편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젊은 세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일평균 이용 건수는 535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일평균 이용액은 15.8% 증가한 1628억이다. 기존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IT기술로 혁신한 ‘핀테크’가 금융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는 기성세대가 추구하던 높은 금리나 주식, 부동산 등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IT 기술을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특성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재테크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며 "디지털에 능숙한 MZ세대는 핀테크 서비스 이용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자신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어 투자자산을 공개하거나 투자후기를 공유하는 일에도 과감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투자자의 문화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