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銀 ‘해외 중앙은행 CBDC 추진현황’ 보고서 공개…외부 기술자문단 구성
중국, 스웨덴은 개념검증 완료, 시범운영 준비 한창

세계 중앙은행이 앞다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념 검증과 시범사업을 펼치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디지털화폐 전쟁에 동참 의지를 드러냈다.

한은은 18일 해외 중앙은행의 CBDC 추진현황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이 CBDC 구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은행도 향후 개발할 CBDC 파일럿 시스템에 블록체인 등 최신 IT 기술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외 기술보유 업체와 정보를 교환하고 외부 기술자문단을 구성해 미래 지급결제시스템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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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국은행은 14개 해외 중앙은행의 12개 연구사례를 조사했다. 이들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을 검토하고 내년 1월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반이 CBDC 파일럿 테스트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은은 "스웨덴과 스위스, 싱가포르, 영국, 중국 등 중앙은행은 각자 수립한 CBDC 모델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최신 IT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 중 자체 구현 기술을 공개한 스웨덴과 싱가포르 등은 최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암호자산(가상자산) 발행, 유통, 결제 등 업무를 개발·운영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노르웨이·동카리브·바하마·스웨덴·영국·중국은 소액결제용 CBDC를 연구 중이다. 간접 운영방식을 염두에 두고 기술검토를 진행한다. 반대로 스위스·싱가포르·일본-ECB·캐나다·태국-홍콩·프랑스는 거액결제에 CBDC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들은 직접 운영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원장관리는 거액·소액 모두 분산형을 택했다. 바하마와 스웨덴 및 중국은 개념검증을 종료하고 시범운영을 준비중이거나 실시중이다.

한은은 "CBDC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한은도 향후 개발할 CBDC 파일럿 시스템에 분산원장 등 최신 IT기술이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구현해 미래 지급결제시스템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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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특히 눈여겨 봐야 할 곳을 중국을 지목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디지털위안화(DCEP) 발행이 임박했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로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가 위협받는 것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CBDC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거액결제용과 소액결제용을 구분해 디지털위안화를 발행하는 간접운영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거액결제용에는 중앙화된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할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금융기관, 알리바바·텐센트 등 온라인 지급서비스 제공자와 거액결제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형태다.

거액결제용 파일럿 테스트 관련 정황은 앞서 4월부터 포착됐다. 지난 4월 중국 한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는 중국 농업은행에서 테스트 중인 디지털위안화 모바일 앱 화면 스크린샷 유출본이 등장했다. 그간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준비하는 것은 익히 알려졌지만, 실제 운영 기관에서 테스트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5월엔 중국 건설은행이 진행 중인 디지털위안화 모바일 앱 내부 테스트 화면이 유출됐다. 그간 유출된 화면에 따르면 중국 디지털위안화 모바일 앱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처럼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할 수 있는 기능과 충전, 계좌이체 등 기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와이파이가 없는 상태에서 휴대폰끼리 부딪치기만 하면 송금이 되는 ‘근거리 무선 통신 송금’ 기능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디지털위안화 발행 계획은 거액결제 용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 슝안신구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앞서 4월 22일 개최한 디지털위안화 프로젝트 시범사업 회의에 따르면 인민은행 디지털위안화 파일럿 테스트에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서브웨이 등 소비자와 밀접한 19개 식음료 브랜드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결제 용도의 테스트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어느 기간만큼 시범 사업에 참여할 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한은은 소액결제용 금융기관이 국민에게 DCEP를 공급·회수해 기관마다 각자 소액결제용 네트워크를 구축해 운영할 것으로 추정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위챗페이나 알리페이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DCEP가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인민은행 등 정부 주도로 산업이 꾸려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DCEP 활용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트렌드는 CBDC를 실물 결제와 연결시키는 것이다"라며 "중국 정부는 공무원 월급을 DCEP로 지급하는 등 실생활과 디지털화폐를 연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