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끊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반도체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글로벌 칩 생산 공급망이 재편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로이터는 "TSMC 측에서 '해당 보도는 시장 소문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다. 엇갈리는 외신 보도에 반도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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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단기적인 파장에 대비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최대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해야 하는 TSMC 입장에서 미국 압박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매출 약 60%가 나오는 미국 시장도 가져가야 하니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에 동조해 화웨이와 거래를 끊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SMC도 결국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체다. 정치적 이슈를 떠나 개별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중국 시장을 완전히 등지는 일은 피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화웨이와 같은 수익처를 완전히 끊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강화로 세트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반도체 수요가 감소해 한국 업계에 단기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화웨이 생산과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들은 화웨이가 아닌 다른 제조사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부품 업체 입장에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화웨이가 TSMC와 거래를 끊는다고 해서 제품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겪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필요한 반도체를 설계해 TSMC에 생산을 의뢰하는 방식을 취해왔다"며 "기업의 경영전략이란 다양하다. TSMC가 아니면 다른 파운드리 업체를 찾거나 모바일 AP를 공급해 줄 업체를 우회적으로 찾는 방법도 있어 생산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안 상무는 "화웨이가 생산에 차질을 빚어도 줄어든 수요는 없어지는 것이 아닌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거래처를 찾기 위한 마케팅 비용 상승 정도의 단기적 영향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이 한국 반도체 업계에 기회라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자국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는 현 상황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라면서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늦춰주고 있다. 이번 제재를 한국이 중국과 격차를 벌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