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이 멈춰서고 수개월째 ‘집콕’이 강요됐다. 그 결과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기 침체와 실업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급기야 미국을 필두로 세계 모든 나라가 뉴딜을 한다며 어마어마한 돈을 퍼붓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100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기세다.
사실 IMF 이후 매 정부마다 ’한국형 뉴딜’,’그린 뉴딜’, ‘스마트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뉴딜정책을 펼쳐왔다.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일관된 목표였다. 그런데 돈을 쓴 흔적은 있는데 경제나 일자리가 나아졌다는 기록은 안 보인다.
뉴딜을 위한 정책들을 발굴함에 있어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국가가 큰 돈을 투입하기 전에 기업이 나서서 투자하고 일자리 늘릴 수 있는 길부터 먼저 열어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통신 요금을 낮추겠다고 달려 들던 정부와 정치권이 뉴딜로 5G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5G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5G 이전에 도서산간 지역까지 초고속 광통신망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평소에 통신사 목을 조이니 통신사가 앞장서 수익성이 없는 소외지역까지 인프라를 구축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돈을 투입하기 전에 기업활동을 옥죄는 것들을 제거시키는 특단의 조치들을 우선해야 한다.
돈을 잘게 쪼개어 아무 대가 없이 나누어주는 방식은 최소화해야 한다. 더구나 복지 지원이 아니므로 일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IMF 직후에 무직 청년들에게 행정 데이터를 입력하는 작업을 시킨 사례가 있다.
평상시에 할 수 없던 일을 이런 특수 상황에서 추진해 볼 수 있다. 원격교육, 원격의료, 영리 의료법인, 의료정보 공유 등이 그런 것 들이다. 마치 인권침해를 이유로 평상시 같으면 할 수 없던 공항의 여러 보안시스템이 911 테러 후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뉴노멀’로 다가오는 세상을 거스르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유통업체들도 파산하는 시대인데, 정부가 나서 전통 시장을 살리겠다고 돈을 투입하는 것은 시대 역행적이다. 무작정 살리는 게 아니라 퇴로를 열거나 전환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국가가 큰 빚을 내서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돈을 쓰는 거라면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1930년대에 건설된 후버댐이 대표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코로라도 강 상류의 홍수와 가뭄을 해결함과 동시에 캘리포니아 농업이 후버댐에 의존하게 되었다. 대공황 타개를 위해 2만명 이상의 인력이 동원되는 대역사를 결정한 것이다. 후버댐은 그랜드캐년으로 향하는 길목에 주요 관광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가 성장한 배경이다.
미래 교육, 의료 등을 위한 인프라, 저소득층 주거의 획기적 개선, 보호 대상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홈, 청년들을 위한 신개념의 주택, 한계 산업 구조 조정과 신사업 육성, 대대적 국부펀드 조성 등 누적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를 열기 위한 투자를 하여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대비하여야 한다. 주요 도시 전체를 가상현실(VR)로 실제 도시와 쌍(디지털트윈: Digital twin)을 만든 ‘디지털 도시’를 생각할 수 있다. 증강현실(AR)을 비롯한 IT와 결합시켜 도시 운영은 물론 다양한 민간 서비스를 발달시킬 수 있다. 몇 개 도시에서 이미 시범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주요 건축 및 구조물 들의 내부, 지하까지 가상화시켜 놓으면 미래의 엄청난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규모의 실업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일자리효과가 큰 방향을 택해야 한다. 공공에서 건설하는 아파트들은 소유 개념이 아닌 서비스 형으로 지어야 한다.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경비원보다 훨씬 많은 고용효과가 있다.
그렇고 그런 수많은 사업들에 ‘나눠먹기식’으로 분배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에 언급한 조건과 방향에 부합하는 확실한 사업을 몇개를 발굴해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를 상상하기 위해 민간의 전문가들과 치열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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