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제대로 된 예술 산업, 신·구 조화 이뤄야 구축할 수 있다

  •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박사과정
    입력 2020.05.20 11:31 | 수정 2020.05.20 11:33

    사전적 정의로 전문가란 ‘한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예술 시장 전문가’의 사전적 정의는 ‘예술 시장을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20년 이상 예술 시장에 몸담은 이들을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하는 예술 시장 전문가의 정의는 위에 설명한 사전적 정의와 사뭇 달랐다.

    예술 시장에 몸담은 이들은 ‘직관과 경험을 갖고, 예술품을 보면 적정 가격을 직감적으로 아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20년 이상 갤러리, 경매회사에서 일하거나 예술품 가치 평가와 진위 감정 경험을 쌓더라도 예술시장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예술 시장 전문가의 정의, 이상하지 않은가?

    이 정의를 그대로 ‘부동산 시장’에 적용해보자. 직관과 경험을 갖고 건축물을 보자마자 건물의 적정 가격을 직감적으로 아는 이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일까? 이것은 공인중개사의 일이지, 부동산 시장 전문가가 할 일이 아니다. 부동산뿐 아니라 어느 산업에 예술 시장 전문가의 정의를 대입해봐도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필자의 다음 질문은 ‘예술 시장은 전문가의 정의를 다르게 내릴 만큼 특별한 산업인가?’이다. 예술 시장에 몸담은 많은 이들은 ‘예술품은 일반 재화나 서비스와 달리 정량화할수 없는 미적·인지적·예술사적 가치를 포괄한다’고 강조한다. ‘예술품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어 직관과 경험을 가져야만 예술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고도 한다.

    예술품이 특별한 것은 인정한다. 물론 대서양을 건너는 선박이 특별한 것도 인정한다. 당연히 컨테이너선이 특별한 것도, 아파트가 특별한 것도, 신발과 의류가 특별한 것도, 노트북이 특별한 것도 모두 인정한다. 말장난이다. 예술품뿐만 아니라 모든 상품이 특별하다.

    모든 상품은 특별하다. 그리고 경제를 관통하는 산업의 공통요인을 모두 공유한다. 예술품은 특별하지만, 다른 산업의 상품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주장은 예술 시장 관계자들이 ‘예술은 특별한 것이다’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의 시대, 소수의 전문가가 만들던 지식 패러다임이 집단 지식 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끊임 없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하는 것이 예술 산업이다. 기득권을 가진 기존 전문가가 전통적인 탑다운(Top-down) 방식을 고수하며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산업계를 만든다니, 어불성설이다.

    2019년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의 평균 퇴직 연령은 54.5세다. 예술 산업에서 50대는 오히려 젊은 축에 속한다. 한국내외 유명 갤러리 및 경매회사 대표, 예술가, 비평가 및 큐레이터의 연령은 보통 60대~80대다. 예술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대는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높다.

    자연스레 20대~30대 젊은이들은 아무리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져도, 예술 시장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취급’을 받기 일쑤다. 정작 예술 시장에 필요한 창의성을 가진 것은, 집단 지식에 익숙한 것은 20대~30대 젊은이들인데도.

    예술 시장은 문을 열고 세대교체의 바람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산업은 발전하기 위해 젊은 피를 수혈받았다. 예술 시장도 젊은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젊은이를 애송이 취급할 게 아니라, 예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이것이 예술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지름길이다.

    물론 옛 세대의 경험담은 예술 시장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담만으로는 부족하다. 젊은이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옛 세대가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옛 세대의 경험과 젊은이, 신세대의 머리를 합쳐 신구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 예술계도 제대로 된 산업의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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