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미 TV생산라인 해외 이전 결정 여파가 상당하다. 지난해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에 이어 2년 연속 단행된 조치로 ‘코리아 엑소더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팬더믹으로 우리나라를 포함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 해외 공장을 유치하는 리쇼어링(Reshoring)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뤄져,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20일 업계와 연구기관은 LG TV생산라인 해외 이전 조치에 대해 지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무한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열악한 한국 제조공장 운영 상황에 대한 방증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LG전자 구미 TV 생산 모습. LG는 TV생산라인 일부를 해외로 옮겨 다시 ‘코리아 엑소더스’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 LG전자
LG전자 구미 TV 생산 모습. LG는 TV생산라인 일부를 해외로 옮겨 다시 ‘코리아 엑소더스’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 LG전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생산시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재검토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기에는 여건이 너무 열악해 대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권혁민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전략팀장은 "생산 관점에서 기업이 고려하는 요소는 ‘시장(규모)’과 ‘가격(비용)’ 두가지로, 한국은 시장도 작고 가격 측면인 ‘인건비’와 ‘임대료’ 모두 이전 대상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노동 문제도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다. 외국기업 임원을 지낸 벤처업체 대표는 "노동 유연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한국 리쇼어링은 불가능하다"며 "인력의 효율적 운영에 있어 걸리는 규제가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7년 조사한 ‘국내 유턴시 가장 큰 애로사항’ 조사에서도 ‘노동시장 경직성’이 18.7%로 가장 높았다. ‘높은 인건비’(17.6%) ‘세제지원 미흡’(12.1%) 등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 생산라인 이전에 대해선 중소벤처업계 우려도 마찬가지다. 공장 이전 여파는 그대로 중소벤처 협력사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유정희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역경제에도 영향이 크겠지만 수많은 협력 중소벤처기업 타격이 우려된다"며 "대기업의 생산시설 이전은 정부 리쇼어링 정책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업계와 전문가 모두 과감한 리쇼어링 지원 대책을 요구한다. 미국, 일본 주요 국가들이 리쇼어링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최소한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생산 환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애국심 호소만으로는 글로벌 무한경쟁에 놓여 있는 기업에게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리쇼어링 정책 와중에 나온 LG전자의 판단을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생산시설 국내 유턴시 가장 큰 애로사항 / 자료 한경연(2017)
해외 생산시설 국내 유턴시 가장 큰 애로사항 / 자료 한경연(2017)
정책 제안으로 고용보조금 확대, 수도권 유턴시 입지 및 설비 보조금 지원, 구인난 해결을 위한 해외 인력 확대 등이 거론된다. 연구개발(R&D) 투자공제 비율 확대, 노동유연성 확보, 대기업 규제완화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권혁민 한경연 팀장은 "국내 생산시설 운영에 따른 가격(비용) 메리트를 줘야 한다"며 "해외 공장 운영보다 더 큰 이득을 체감하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한국으로 생산시설 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유정희 부소장도 "가격경쟁력 확보와 해외 거점 구축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대체하는 정부의 과감한 리쇼어링 정책이 요구된다"며 "현재와 같은 대기업 생산시설 해외 이전은 일자리 축소는 물론 지역 벤처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김준배기자 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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