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업계 명가 올림푸스가 한국에서의 철수한다고 유력 디지털 이미징 외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올림푸스는 한국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축소와 불투명한 성과 전망에 따라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2강(캐논·소니), 1중(니콘)이 주도한다. 올림푸스는 리코이미징과 후지필름, 파나소닉과 함께 약소 세력에 속한다. 시장 점유율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종료는 필연에 가깝다.

짐을 싸는 올림푸스의 뒷모습이 퍽 쓸쓸해 보인다. 한때 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주름잡던 올림푸스라 더욱 그렇다.

올림푸스의 과거는 아주 화려했다. 올림푸스는 생활·완전방수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100% 디지털 포맷, 초음파 먼지제거 기능과 F2.0 고정 조리개 줌 렌즈 등 갖가지 혁신 광학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인공이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 태동기인 2000년대 초반 올림푸스는 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었다. 미국, 일본뿐 아니라 한국 시장까지 평정했다. 혁신 광학 기술을 앞세워 압도적 판매량을 올렸다.

올림푸스는 2009년, 파나소닉과 함께 세계 최초로 미러리스 카메라(마이크로포서즈)의 개념을 제시했다. 디지털 카메라 업계는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을 세웠다.

소니는 NEX 시리즈에 이어 35㎜ a7 시리즈를 성공시켜 단숨에 업계 리더로 도약한다. 캐논은 막강한 EOS 브랜드 및 광학 기술을 활용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안착한다. 니콘은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SLR 위주의 선택·집중 전략을 펼쳤다. 파나소닉은 동영상 시장을 바라보고 기술을 갈고 닦았다.

올림푸스는 혁신 대신 외관과 휴대성, 연속촬영과 자동 초점 개량 등 기본기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2010년부터 SLR 카메라를 조금씩 밀어내고 시장을 주도했다. 소비자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기본기가 아닌 혁신에 열광했다. 혁신을 멈춘 올림푸스는 애써 시장을 만들고도 혁신을 앞세운 경쟁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ICT 회사는 혁신을 멈추고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퇴보하는데, 올림푸스가 불명예를 안았다. 지금 한국에서 퇴장하는 올림푸스지만, 한 때 업계 대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림푸스의 뒷모습은 쓸쓸할 것이 아니라 당당해야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시장에서 철수하기 전, 지금까지 올림푸스 제품을 애용한 한국 사용자에게 안심과 확신을 줘야 한다. 마무리를 잘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황망한 모습을 보인다. 신제품 수급 여부는 둘째치고, 이미 사서 쓰고 있는 제품의 유지보수 및 사후보장(AS)이 이뤄질까 우려한다.

올림푸스는 2026년 3월까지 AS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이 짧은 공지만으로는 부족하다. AS 센터 위치와 운영 정책, 부품 수급과 AS 비용 등 사용자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야 한다. 사용자에 대한 마지막 배려이자 당연한 예의이자, 비난이 아닌 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클라우드를 살펴볼 수 있는 콘퍼런스가 열린다.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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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