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 "칠전팔기로 해외 문 두드린 결과, 성과 얻었다"

입력 2020.05.22 06:00

"2002년 소프트웨어(SW) 검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선 흔치 않은 분야였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창업 초기, 일본과 중국 등 외국에 진출을 시도하면서 좌절도 맛보고 고생이 많았죠. 하지만 이같은 경험이 양분이 됐습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선정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500대 기업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외국에서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5년 후에는 회사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얻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임베디드 SW 전문 기업인 슈어소프트테크 배현섭 대표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진행된 KGIT 행사에서 자사 해외 진출 사례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KGIT는 한국 SW 글로벌 진출 최고경영자(CEO) 협의회다. SW 기업 CEO 다수가 모여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네트워킹 협의체를 지향한다.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가 자사 해외 사업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슈어소프트테크는 임직원 300여명에 2019년 기준 매출액 272억원을 기록한 건실한 한국 임베디드 SW 전문 기업이자 우리나라 최초 SW 검증 전문 기업이다. 미션 크리티컬(Mission-Critical) 산업 분야의 SW 안전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자동화 솔루션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SW 결함이 곧 사람 생명에 해가 될 수 있는 자동차나 항공, 국방 제조와 에너지 시설의 SW 문제점을 살피는 데 주력한다. 자동차 제조 시 브레이크 구동 관련 SW를 살펴 급발진을 막고 원자력 발전소의 제어 시스템 SW를 살펴 방사선 유출을 막는 식이다.

배현섭 대표는 "모든 산업에서 SW 사이즈가 커지다 보니 사람 손으로만 문제점을 살필 수 없어 자동화 검증 솔루션을 내놓게 됐다"며 "대학에서 SW 검증 분야를 제대로 배울 수 없다 보니 우리가 직접 교육센터를 마련해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사업 초기 해외 진출에 공을 들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시장에서 SW 검증 인지도와 수요가 모두 전무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해외서 구입한 SW를 굳이 국내 스타트업에 맡겨 검증할 필요가 없었다.

이에 2004년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회에 참석했다. 일본과 중국 등은 파트너를 물색해 계약을 맺고 현지 진출을 다졌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례로 슈어소프트테크는 2007년 일본에서 CSK벤처캐피털로부터 300만달러(36억원)를 투자받았다. 이를 인연삼아 CSK 그룹 관계사인 CSK시스템즈와 현지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2009년 CSK 그룹 자체가 공중분해되면서 순식간에 사업이 마무리됐다.

2011년에는 중국 SW 개발사 동충과 계약을 맺고 동충이 진행하는 일본 SW 개발권 사업에 참여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계약하고 보니 동충이 말을 바꿨다. 슈어소프트테크가 한국에서 자동차 제조업체 SW 개발권을 따오길 요구했다. 계약 기간 2년 동안 동충과 줄다리기를 하느라 별다른 사업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배 대표는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서 성공 사례보다는 잔혹사가 많았다"며 "그럼에도 해외 진출 끈을 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트너에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이에 2015년부터 미국 시장에 도전했다. 과거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자체 영업력 확보에 주력했다. 실리콘밸리에 주재원 2명을 파견해 자회사를 설립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현지 인력도 채용했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자 성과도 잇따랐다. 첫 고객으로 유치한 현대차가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슈어소프트테크는 자회사를 디트로이트 지역으로 옮기면서 텔레다인 테크놀로지, 현대차 미국 기술연구소(HATCI)와 각각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위성 라디오 업체인 시리우스XM과 독일계 SW 기업 엘렉트로비트와 파트너십을 앞두고 있다. 성사될 경우 매출에 큰 성과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실리콘밸리 한국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결과 미 전력연구소(EPRI), 지멘스 헬스케어, 아바네이드 등과 계약을 앞뒀거나 체결한 상태다.

배 대표는 "2015년 미국에 진출해 초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점차 외연을 넓힌 결과 2018년, 2019년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며 "올해는 흑자로 전환해 150만달러(18억원)의 매출 성과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재진출했다. 2017년 중국 칭다오에 자회사를 설립한 후 다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다른 점은 민간이 아닌 공공사업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중국 정부 인증기관과 손잡고 충칭 등에 위치한 다수 인증센터에 자사 자동화 검증 솔루션을 도입한 상태다.

배 대표는 "정부가 쓰기 시작한 만큼 민간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5년 후에는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 매출에서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해외 사업을 더 확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조업의 SW 비중이 점차 커지는 만큼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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