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탈중국 공급망 구상을 추진중인 가운데 특히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품 배제를 우리나라를 포함 동맹국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21일(현지시각) 미 국무부의 발언록에 따르면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월 29일 발표한 '5G 클린 패스 구상'을 거론하며 "이는 화웨이와 ZTE 등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가 공급하는 어떠한 5G 장비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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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모든 대사관을 포함, 미국의 외교시설로 들어오거나 외교시설에서 나가는 5G 데이터는 신뢰받는 장비를 통해 전달돼야 한다"며 "나는 우리의 모든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여러분의 외교시설들에도 '5G 클린 패스'를 요구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크라크 차관은 또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중국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경제블록인 EPN 구상과 관련해 "5G 경제안보 노력에 있어 미국은 신뢰가 성공적인 파트너십의 토대라는 점을 인지한다"며 "이러한 가치들을 존중하는 기관들은 파트너가 되고 번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들은 안정성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EPN 구축과 관련해 한국의 역할 등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은 미국의 훌륭한 동맹이며 신뢰할만한 파트너십을 위한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EPN의 핵심 가치는 자유 진영 내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공급망을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에도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포드 국무부 국제 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각 나라가 잠재적인 정보 도둑질, 인권 유린 조장, 전략적·정치적 조작 등의 견지에서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술회사들이 야기하는 위협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중국 기술기업의 생태계 바깥에 있는, 진정으로 믿을 만한 공급자들을 점점 더 찾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전 세계의 믿을 만한 공급자들에게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한국의 삼성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코델 헐 국무부 국장 대행은 반도체 수출 규정 개정과 관련해 "하이닉스와 같은 회사가 메모리칩을 화웨이에 판매하는데에도 이 규정이 적용되는가. 이 역시 이 규정에 따라 금지되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렇지 않다. 이 규정은 화웨이가 설계한 칩이 화웨이로 돌아가는 것에만 적용된다"며 SK하이닉스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2019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페이스북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클라우드 미래' 콘퍼런스에서 ‘반(反)화웨이’ 전선에 한국 정부와 기업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통신 업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