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오는 택시 같은 버스’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시대 온다

입력 2020.05.23 06:00

반경 2㎞ 내에서 승객이 호출하는 곳으로 달려오는 버스가 등장했다. 택시가 아니다. 현대자동차와 KST모빌리티가 합작한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셔클(Shucle)’이다. 셔클은 지난 3개월간 서울 은평구에서 시범운영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구독형 유료 모델로 새롭게 출시된다.

수요응답형 모빌리티는 고정된 노선을 일정한 시간 차를 두고 운행하는 버스, 지하철과 달리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노선 설정이 가능한 대중교통이다. 개인 차량처럼 내 마음대로 탈 수는 없지만 기존 대중교통 수단보다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혁신적인 모빌리티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영종 국제도시에서 운영 중인 수요응답형 버스 I-MOD/ 현대차
운행시간표·고정노선·기종점 없는 승객 중심 운행

대중교통의 노선운행 유형은 ▲노선고정형 ▲노선이탈형 ▲유연형 ▲다이나믹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노선고정형은 현행 대중교통처럼 노선과 시간을 고정해 운행하는 운영방식이다. 노선이탈형은 평상시 노선고정형으로 운행하다가 고객 요청이 있을 경우, 고정된 경로를 일부 이탈해 운행한다.

유연형은 기점과 종점을 정하지 않고 총 운행시간을 정해서 운영한다. 다이나믹형은 운행시간표, 노선, 기점과 종점이 없다. 고정된 노선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고객 요청에 따라 실시간으로 노선을 만들어 제공한다.

수요응답형 모빌리티는 고객 수요에 따라 노선을 바꾸는 변동형 노선으로, 다이나믹형에 해당한다.

수요응답형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먼저 변화한 모빌리티는 택시다. 택시는 기존에도 운행시간표, 고정경로, 기종점의 영향을 받지 않아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과 결합할 수 있었다. 미국의 우버와 리프트, 동남아의 그랩, 한국의 카카오택시 등이 빠르게 시장을 키웠다.

노선고정형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기존 대중교통 수단도 변화를 시도한다. 현대차는 2019년 12월부터 인천시와 함께 영종 국제도시에 수요응답형 버스인 I-MOD 시범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영종도의 기존 버스는 배차 간격이 70분에 달했다. I-MOD 서비스가 생기면서 배차 간격이 줄어 승객들의 시간을 아껴준다. 대중교통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활용도가 높다.

현대차 관계자는 "I-MOD는 버스 요금 1250원을 내고 정해진 정류소에서 타고 내린다는 점은 기존 버스와 같지만, 승객이 있는 정류장만 다니며 이동경로를 최적화한다는 점에서는 노선이탈형과 유연형의 중간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KST모빌리티가 구독 서비스로 출시 예정인 '셔클'/ KST모빌리티
월정액 내고 타는 마을 전용 11인승 택시 등장

다이나믹형 수요응답형 모빌리티도 최근 새롭게 등장했다. 현대차와 KST모빌리티는 2월부터 셔클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셔클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정해진 노선 없이 다수 승객에게 최적 경로의 여정을 제공하는 혁신형 라이드 풀링(Ride Pooling) 서비스다. 이용자가 반경 약 2㎞ 서비스 지역 내 어디서든 차량을 호출하면 11인승 대형승합차(현대차 쏠라티 개조 차량)가 실시간 생성되는 최적 경로를 따라 운행하며 승객들을 원하는 장소에서 태우고 내려준다.

누군가 탑승한 상황에서 신규 호출이 발생하면 합승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로를 재구성하고 신규 배차도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KST모빌리티는 서울 은평구에서 베타 서비스 기간 중 무료 운영한 요금제를 구독형 유료 모델로 전환한다. 요금은 한 달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횟수를 차감하는 정액제 방식을 검토 중이다.

KST모빌리티 한 관계자는 "휴대폰 요금제가 데이터 사용량 기준으로 나뉜 것 처럼 셔클은 미터요금이나 구간 요금 없이 이용 횟수를 기준으로 정액 요금제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했던 당시 책정한 기본요금은 1인 기준 월 3만9000원에 혼잡시간 30회 이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이 이용하는 월 6만9000원 요금제는 같은 기준 20회, 월 13만5000원 요금제는 최대 4명이 혼잡시간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서비스 지역도 전국으로 확장한다. 베타 서비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협의를 통해 최대 17개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인구가 밀집해 있지만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교통이 불편한 수도권 신도시·지자체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교한 알고리즘 모델 강점으로 시장 선점 이끈다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는 우리나라가 시장을 이끌어가는 추세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비아(VIA)가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는 것 외에는 글로벌 시장에도 눈에 띌 만한 사례가 없다.

수요응답형 모빌리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필요한 기술이 있다. ‘단 건’의 호출을 대응하면 되는 택시와 달리 다수 승객의 요구에 따라 최적의 노선을 찾아야 하는 대중교통 수단은 다량의 데이터와 정교한 알고리즘 모델 보유가 필수적이다.

셔클에는 현대차그룹 인공지능 전문 조직 ‘에어랩’이 개발한 ‘실시간 최적경로 설정(AI Dynamic Routing)’ 기술이 적용됐다. AI를 기반으로 실시간 발생하는 이동 수요를 분석, 가장 적합한 경로를 찾아주고, 대기 시간과 도착 시간을 예측해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차하는 핵심 기술이다.

김정희 현대자동차 에어랩 상무는 "셔클은 교통인프라가 부족한 지역민에게 편안하고 자유로운 이동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혁신 사업의 일환"이라며 "지역별 특성에 맞는 모델을 개발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다양한 이동수단 및 지역 운송사업자와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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