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인 AIBB LAB 대표가 ‘AI로 일하는 법’ 칼럼을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내용은 AI에 대한 ‘일반 정보’ 수준을 넘어, 기업에서의 효과적 활용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업에서 AI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해야 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집중 조명합니다.

장동인 AIBB LAB 대표
장동인 AIBB LAB 대표
지난 두번의 칼럼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AI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했다. 누구나 편견을 가질 수 있으나, 편견을 가지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직의 임원들이다.

이들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정부의 AI 정책의 방향을 잘못되게 만들며, 기업발전을 저해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정부와 기업이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투자를 했으나 4차산업혁명 드라이브 정책이 정부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한 결과는 없다. 성공사례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제 ‘AI 투자시대’이다. 최근에는 AI가 4차산업혁명 단어를 대체한다. 똑같이 모든 분야에서 AI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결과는 이미 다 예측하고 있다. AI를 드라이브하는 정책이나 기업의 투자에 대한 결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이 AI에 투자해도 성과를 못 얻는 이유

왜 그럴까? 면밀히 검토하면 기업은 AI의 도입에 매우 고통스러워 하고있다. AI를 도입하고 있는데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AI 투자를 검토하면 제일 먼저 걸리는 것이 인력문제이다.

AI 전문가가 없다. 최근 AI 전문가의 몸값은 엄청나다. 그런 전문가들을 무리해서 영입을 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들은 AI를 알지만 기업의 업무를 모르고 데이터를 모른다. 기존 조직은 업무를 알지만 AI를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 조직에 AI를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면 AI 전문가에게 기업 업무를 가르쳐야 하는지 기로에 서게 된다. 문제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AI 기술을 어떤 업무에 적용해야 할지, 어느 부서가 아이디어를 내고 제안을 해야 할지 정해진 것이 없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정확히 말하면 임원들이 외부에서 영입한 AI 전문가들로 AI 조직을 따로 만든다. 그리고 AI 조직이 AI 업무를 총괄하도록 한다. 정확히 기업 임원의 의사결정은 여기 까지다.

AI업무는 AI조직만 하면 되나

그러면 앞에서 제기한 ‘AI를 어떤 업무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AI 조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므로 영업, 생산, 마케팅, 인사 등의 현업조직은 앞으로 AI 업무는 새로 생긴 AI 조직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AI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쓰게 된다.

현업부서들은 늘 바쁘기 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새로 생긴 AI조직은 업무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파악하고 AI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게 될 수가 없다. 새로 생긴 AI 조직이 기업에 쌓여 있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당 기업의 전산팀은 AI조직이 요청하면 데이터를 주겠다 라고는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줄지는 알아서 요청하라는 요구만 한다. 자기들도 무엇을 주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끔 각 부서별 대표들을 뽑아서 AI조직과 미팅도 하고 워크숍도 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기존 조직이 새로 생긴 AI조직과 협력에 대한 KPI가 없으니 어느 누가 열심히 AI조직과 협력을 할까?

이렇게 조직운영을 형식으로 하면 기업의 AI조직은 정말 있으나 마나 하다. 더구나 AI 인력은 귀하기 때문에 AI 조직 팀원들은 1년 정도만 있으면 몸값이 엄청 올라가서 헤드헌터들의 타겟이 된다. 당연히 AI 조직의 이직율이 타 부서 보다는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이 AI 투자에 대한 성과를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초중고에서는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이 분야를 전공한 정규교사들이 부족하니 컴퓨터적 사고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전국에 코딩학원들이 엄청나게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의 임원들은 코딩하는 것을 매우 쉽게 생각하고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용역을 주거나 사람(개발자)을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전산팀 내에서도 코딩한지 10년 정도 되는 과장급부터는 코딩을 안하고 관리만 시킨다. 코딩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관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말이다.

전국에서 초중고생들이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육성한다면서 코딩을 가르치는데, 왜 기업의 임원들은 지금 스티브 잡스가 되기 위한 코딩을 배우지 않는가? 하물며 코딩은 저 밑에 있는 개발자 시키면 된다고 생각할까? 왜 기업의 임원들은 신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그 많은 ‘최고 경영자 과정’을 수강하고, 조찬모임에 나가서 신기술강의를 듣고, 비싼 세미나에 가서 신기술을 배운다. 하지만 무엇을 얻었을까? 기껏해야 AI가 어떻고 해외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AI를 바로 도입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것 같은 위기감만 배우고 와서 직원들에게 AI 도입에 대한 타당성 조사만을 시키고 있다.

AI에 협업이 중요한 이유

기업 임원들이 조금이라도 AI 코딩을 배웠더라면, AI가 멋진 미래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허드렛일’ 이란걸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AI를 위해서 데이터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것도 모든 데이터가 깨끗하게 ‘정제’되어야 하고 그 결과값이 동일한 데이터에 묶여 있어야 하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소위 말해 트레이닝을 위한 데이터와 레이블(label)이라고 하는 결과값이 있어야 AI 학습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전산팀에 이야기해서 자기 회사의 데이터가 이렇게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는지 물었을 것이다. 답은 전혀 아니라고 들었을 것이며,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내부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기업의 임원들이 조금이라도 AI 코딩을 배웠더라면 현업 조직에게 AI의 기능인 예측하고, 분류하고, 군집화 해야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라고 지시를 했을 것이다. 모든 업무의 핵심이 미래를 예측하여 물자를 배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최적화하는 것이다. 많은 업무가 분류의 업무이다.

고객이 이탈할지 아닐지, 대출을 해야 할지 말지, 생산된 제품이 불량일지 아닐지 분류하는 작업이다. 우수고객 집단을 분류하고, 고객의 긍정적인 댓글을 분류하는 것들이 AI를 통해서 혁신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AI를 적용할 수 있는 업무를 미리 선정했을 것이며, 각 업무마다 필요한 데이터 형태를 가공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임원이 챙겨야 기업 AI가 성공한다

기업의 임원들이 조금이라도 AI 코딩을 배웠더라면 새로 영입한 AI 전문가에게 말도 안되는, 불가능한 새로운 AI 서비스를 개발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존에 만든 AI 적용 대상 업무를 검토하고 이를 돌릴 수 있는 있는 알고리즘을 제대로 개발하라고 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현업부서, 전산팀, AI 조직이 서로 밀접하게 소통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을 공통의 KPI로 잡아서 이를 가지고 성과평가를 하게 했을 것이다. AI에 대한 편견을 시정하려면 임원들이 직접 코딩을 해봐야 한다. 임원들이 AI의 전문가가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내 AI 기술을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터득하라고 하는 것이다. 기업 임원들은 지금까지 가졌던 코딩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코딩은 어렵고, 나이 먹어서 하기 힘들고, 너무나 배워야 하는 것이 많고 시간이 터무니없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안된다. 그 시간에 영업을 하고 업무를 봐야 한다’와 같은 불평을 한다.

그러나 기업이 AI 기술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해서 잃는 기회 비용, AI 전문가를 영입한 비용, 잃어버린 시간비용 등을 계산해 보면 기업의 임원들이 고통스럽게 코딩을 배우는데 지불해야 하는 비용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기업 임원들이 코딩을 배우면 직원들은 한마디로 긴장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적당히 임원들을 만족시키는 범위에서만 일하면 되었는데, 임원들이 코딩을 하게 되면 당연히 시키는 일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적당적당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을 잘하는 직원들은 당연히 반길 것이다. 자신들의 일을 임원들이 이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4차산업혁명이니 AI로 인한 혁신이니 아무리 외쳐봐도 미동도 하지 않던 직원들에게 생기는 진짜 혁신이다.

이제는 임원들이 나서서 AI 코딩을 배워야 할 때다. 그렇게 되면 회사가 변한다. 가장 값싸고, 가장 빠르고, 가장 혁신적으로 변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동인 AIBB LAB 대표

장동인 대표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비자카드, EDS, 아마데우스, 오라클에서 근무했다. 1996년 귀국하여 한국 오라클 컨설팅 본부이사, 시벨 코리아 지사장, SAS코리아 부사장, 언스트앤영 컨설팅 본부장, 한국테라데이타 부사장, 국방과학연구소 빅데이터 PM을 거쳐서 현재 AIBB LAB 대표를 맡고 있다. AIBB는 AI, Big Data, Blockchain의 이니셜로 이 분야에 지금까지는 없었던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2018년에는 경영학 박사를 받아서 기술과 경영을 접목하는 분야를 개척하고 있기도 하다. IT업계에서 오랜동안, 기고, 강의, 컨퍼런스, 컨설팅을 해오면서 IT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역할을 해왔다. 저서로는 ‘IT전문가로 사는법, 한빛미디어, 2018’ ‘빅데이터로 일하는 기술, 한빛미디어, 2014’ ‘공피고아, 쌤앤파커스, 2010’ ‘실무자를 위한 데이터웨어하우스, 대청, 1999’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