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통3사의 5G 서비스 평균속도가 미국 1위 이통사업자 버라이즌보다 약 2배 느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통업계는 조사 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은 1월말부터 3개월간 한국을 비롯해 5G를 상용화한 4개국의 10개 통신사를 대상으로 5G 서비스 평균 속도(데이터 내려받기 기준) 측정 결과를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오픈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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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라이즌이 초당 506.1메가비트(Mbps)로 10개 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LG유플러스로 평균속도 238.7Mbps를 기록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220.6Mbps와 215.0Mbps의 평균속도로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국내 이통3사 모두 버라이즌 속도의 절반(253Mbps)도 못 미치는 속도를 기록했다. 버라이즌은 28㎓ 대역을 사용하지만,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는 4G(4세대 이동통신)보다 3.5㎓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28㎓ 대역 주파수를 이용한 5G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통3사가 기록한 속도는 다른 해외 통신사들보다는 월등히 빠르다. 5위인 호주 텔스타는 157Mbps, 7위인 영국 보다폰은 122.1Mbps에 불과했다. 미국의 AT&T(62.7Mbps)와 T모바일(47.0Mbps)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오픈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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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실제로 5G에 접속 가능한 평균 시간을 측정했을 때도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미국 이통사들은 순위가 뒤바뀌었다. 평균 속도에서 가장 느린 순위를 기록한 미국 T모바일이 전체 사용시간의 19.8%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이통3사는 2~4위다. 속도 1위 버라이즌은 접속가능 시간에서는 0.5%로 꼴찌를 기록했다.

오픈시그널은 5G 속도와 접속가능 시간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것은 주파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픈시그널은 "10개사 중 버라이즌만이 (5G 전용 주파수로 분류되는) 28㎓(기가헤르츠) 대역의 밀리미터파(mmWave)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가장 낮은 주파수를 쓰는 T모바일의 5G 접속 가능 시간이 가장 길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2020년 1월까지 오픈시그널 5G 측정결과에서 버라이즌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722.9Mbps로 나온 데 반해, 이번 5G 속도 측정에서는 506.1Mbps로 더 낮은 속도로 측정됐다는 점에서 측정 결과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5G는 단순속도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속도와 접속률이 함께 고려돼야 하는 데 미국 5G 접속률의 경우 0.5%(오픈시그널 조사 기준)에 그쳤다"며 "무선 통신품질은 측정 환경과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관의 측정 결과를 국가나 사업자 간 비교 척도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공인기관도 아닌 사설기관의 조사라 신뢰도가 낮다"며 "조사결과도 매번 달라서 신뢰도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아, 업계에서는 그냥 무시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