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法 그리고 인간] 박혁 변호사 "'리걸테크' 활용해 법률서비스 보편화할 것"

입력 2020.05.29 06:00

법률 세상은 어렵기만 한 용어와 지루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가득하다. 송사라도 한번 걸리면 일반인은 막대한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이런 법률 시장에 이른바 ‘리걸테크(LegalTech)’가 뜬다. 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기술을 활용해 법적 문제 해결을 돕는 서비스다. IT조선은 개화기를 맞은 리걸테크 산업의 동향을 전하고 독자들이 더욱 쉽게 AI 등 기술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소식을 전하는 ‘테크, 法 그리고 인간’ 코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더 많은 의뢰인과 기업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리걸테크’를 선택했습니다."

박혁 법무법인 동인 기획총괄 변호사는 IT조선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법무법인 동인은 지난 4월 비대면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 리걸테크 스타트업 ‘인텔리콘연구소’와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박혁 변호사에게 MOU를 맺은 계기와 리걸테크 도입 계획에 관해 들었다.

박혁 법무법인 동인 기획총괄 변호사 / 김동진 기자
―법무법인 동인을 소개해달라.

법무법인 '동인(同人)'은 ‘같은 사람을 모아 같은 뜻을 이룬다’는 취지로 2004년 설립된 로펌이다. 현재 검사장과 부장검사 출신 40여명, 법원장과 부장판사급 출신 20여명을 포함, 2020년 5월 기준 170여명의 변호사가 동인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형사사건에 강점을 갖는 로펌이지만, 최근 건설과 금융 ·인수합병(M&A)·지재권 등 기업 자문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법무법인 동인이 리걸테크를 도입해야겠다고 결정한 계기는?

경영진은 4차산업의 대두와 더불어 법조계에서도 기술과 법률의 융합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했다. 최근 IT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법률시장은 값싸고 빠르며 접근성이 좋은 과학적인 서비스로 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고려했을 때 리걸테크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리걸테크 기업 중에서 인텔리콘연구소를 선택한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의 리걸테크는 3분야로 나뉜다고 본다. ▲법령과 판례 검색 서비스 ▲법률 자문서비스 ▲변호사 검색서비스다. 이 중에서 AI 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법률자문서비스’인데 현재 수십개의 리걸테크 기업 중 지능형 법률판례검색기 ‘유렉스’ 등을 개발한 인텔리콘 연구소가 선두기업이라고 판단해 협약을 맺었다.

―인텔리콘연구소와 협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애로사항이 있다면?

소속 변호사를 중심으로 리걸테크 기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었다. 인텔리콘연구소 입장에서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들에게 AI 기술의 필요성을 어필하는 데 애로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점을 해소하기 위해 인텔리콘연구소와 함께 지속적인 포럼을 열어 리걸테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법무법인 동인 내 리걸테크 전담 부서와 인력 현황은?

각 변호사의 전문성과 관심도에 따라 PG(PRACTICE GROUP)를 운영하고 있다. 인텔리콘과의 MOU 이후 법인은 18명의 변호사로 AI PG를 구성, 향후 리걸테크 기술에 대한 인식 제고와 법률 융합에 대해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현업에 적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이 대면 법률상담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에 법무법인 동인은 오는 6월부터 한 달간 대국민 비대면 무료 법률상담을 시행하기로 했다. 비대면 무료 법률상담은 인텔리콘의 AI 법률판례검색기 ‘유렉스'를 활용해 시행하며 한부모 가정, 북한 이탈 주민,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법률상담의 기회를 제공한다.

비대면 법률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김광훈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 김동진 기자
―법무법인 동인이 리걸테크를 선택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는?

‘효율성'이다. 법률 자문에는 정형화된 업무가 존재한다. 예컨대 관련 판례와 법령을 찾는 일이다. 이런 루틴화된 업무에 리걸테크 기술을 도입해 효율을 높인다면 변호사는 더 많은 법률 자문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보다 훨씬 저렴하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더 많은 기업과 의뢰인이 법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더욱 값싸고 정확하며 과학적인 법률서비스를 의뢰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리걸테크 도입의 목적이다.

―현재 한국 리걸테크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향후 법률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리라 생각하나?

대한민국의 리걸테크 분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특히 4차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리걸테크 산업과 비교하면 기술적인 격차나 데이터양, 수집 방법의 효율성에서 아직 많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제약에도 리걸테크는 향후 대한민국 법률시장을 변화시키고 재편할 수밖에 없는 대세이며 리걸테크 발전은 단지 시간문제라고 본다.

―리걸테크 기술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무엇인가?

데이터의 대량 수집과 가공 및 활용기술은 리걸테크뿐만 아니라 AI 발전에 매우 중요하지만, 개인정보와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가 상충해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을 슬기롭게 잘 해결해야 한다.

더불어 AI와 리걸테크 기술에 대한 법률가의 이해도 증진도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현재 변호사법상 동업자 금지 규정과 같은 부분도 한 번 쯤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동인의 목표는 무엇인가?

소통과 인화를 중시하며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리걸테크 도입을 위한 PG팀 운영 등 팀 체제도 개편했다. 의뢰인의 니즈에 맞게 더 효율적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법인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리걸테크를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