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 모델3 가격 250만원 인하…한국은 동결
테슬라 ‘원프라이스’ 정책 한국서는 안 통해
中 전기차 보조금 내리자 모델3 가격 930만원 대폭 인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한국에서 가격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북미 지역에서 모델3· 모델S·모델X 가격을 내렸는데, 한국에서는 모델3에 대해서는 기존 가격을 고수해서다.

원프라이스(단일가격)를 강조하는 테슬라의 정책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국내 고객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다.

테슬라 모델 3/ 테슬라
테슬라 모델 3/ 테슬라
테슬라는 북미 지역에서 모델3, 모델S, 모델X의 가격을 5~6% 내렸다.

모델X 기본가격은 8만4990달러에서 7만9990달러로, 모델S 가격도 7만9990달러에서 7만4990달러로 각각 5000달러 낮아졌다. 모델3의 경우 3만9990달러에서 2000달러 인하한 3만7990달러로 가격을 조정했다.

테슬라코리아도 같은날 국내 홈페이지를 통해 모델S 기본가격을 1억1360만원에서 1억790만원으로 내렸다. 모델X도 1억2160만원에서 1억1599만원으로 인하했다. 반면 모델3는 가격 인하 대상에서 빠졌다.

테슬라는 이번에 가격 인하 배경을 밝히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에서는 모델3 가격을 내리지 않아 국내 소비자만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모델3 가격 인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모른다"며 "본사로부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가격 인하에 대한 배경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에게 한국 시장은 ‘거의 잡은 물고기’라는 소리가 들린다. 자동차 데이터 연구소 카이즈유 조사에 따르면 1분기까지 국내 테슬라 판매량은 4070대다. 벤츠와 BMW에 이어 수입차 판매 3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시장만 보면 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모델3는 3월에만 2415대의 신차등록대수를 기록해 전체 수입차 중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의 한국시장 차별이 국가별로 다른 보조금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한대당 7500달러(931만원)씩 전기차 제조사 별로 20만대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2018년 이미 20만대 판매를 넘겼다.

지난해부터 테슬라 구매 고객은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테슬라는 2019년 1월 두 모델 가격을 2000달러 인하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1만달러에 육박하는 할인 폭으로 북미 고객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보조금 대상을 30만위안 이하로 제한하는 새 규정을 발표하자, 모델3 판매가를 두 번에 걸쳐 인하했다. 기존 32만3800위안으로 책정한 가격을 29만1800위안으로 조정한데 이어 재차 27만155위안으로 내렸다.

한국 정부는 테슬라 모델3 구매 고객에 대당 800만원의 최대 국비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비와 별개로 지급되는 지자체 보조금은 뺀 수치다. 서울 거주자가 모델3를 사면 800만원의 국비 보조금에 서울시 보조금 45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수입 전기차에 너그러운 한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지속되는 한 테슬라가 국내에 판매 비중이 높은 모델3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테슬라 관계자는 한국 보조금 정책 변경에 따른 가격인하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