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이어 美中 갈등 심화로 경영 불확실 커
‘시간이 없다’는 이재용 부회장은 두차례 검찰 소환
스마트폰 부진 속 반도체 D램 현물가도 불안한 흐름
업계 "지금은 기업을 무조건 도와줘야 할 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세트(스마트폰)가 코로나19 여파를 제대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고위 임원이 던진 말이다. 이 임원은 2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 / 삼성전자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바람잘 날이 없다. 경영 환경은 말 그래도 ‘시계제로’다. 코로나19 종식은 커녕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셧다운이 해제됐다고 하지만 소비가 언제 본격적으로 살아날지 혹은 다시 악화할지 알 수 없다.

미중 무역갈등 역시 달갑지 않다. 계산할 부분이 너무 많다. 스마트폰 부문에선 화웨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주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는 악재란 분석이다. 중국 공급 물량이 적지 않아서다.

이런 와중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9일 두번째 검찰에 소환됐다. 이미 사흘전인 26일 자정을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은데 이은 소환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그리고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이슈다. 이 부회장은 협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 소환이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그러나 최근 이 부회장의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볼 때 여파는 적지 않아 보인다.

27일 미국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매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덕분에 2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 상승했다.

김동진 기자
김동진 기자
하지만 시장 상황을 보면 얘기가 다르다.

최근 반도체 D램 가격이 불안하다. 올해 실적 기대감이 무너져가고 있어서다. 두달 사이에 무려 현물가격이 15%나 하락했다. 현물가 하락은 고정거래가 하락의 전조라는 분석이다. 삼성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달 중순 중국 산시성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며 글로벌 현장 경영에 돌입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닥칠 위기를 기회로 맞이하겠다는 의지다. 글로벌 기업인으로는 사실상 첫 경영행보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업계도 정부와 검찰의 친기업 정책을 당부했다.

외국계 임원을 역임한 기업 대표는 "삼성전자가 말 그대로 ‘샌드위치’의 위기상황인데 검찰이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면 어느 기업이 살아남겠느냐"며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모두 기업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준배 기자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