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소품으로, 때로는 양념으로. 최신 및 흥행 영화에 등장한 ICT와 배경 지식, 녹아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론머맨(The Lawnmower Man, 1992) : ★★☆(5/10)

줄거리 : 과학자 래리 앤젤로는 사람에게 이로운 가상현실 기술을 연구한다. 어느날 가상현실 실험체 침팬지가 사람을 죽이고, 자신도 사살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앤젤로 박사는 기관 대신 집에 실험실을 꾸며 사람을 도울 가상현실을 연구한다. 새 실험체는 순박한 잔디깎이 청년 조브였다.

지능지수가 45밖에 되지 않던 조브는 앤젤로가 만든 가상현실 덕분에 진화를 거듭, 신과 같은 지능과 초능력을 얻는다. 하지만 조브는 정부의 음모로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되고, 자신을 괴롭힌 이들을 죽인다. 이어 스스로를 프로그램으로 바꿔 가상현실에서 살아가려 한다.

조브를 설득하려 가상현실의 세계로 들어간 앤젤로는 도리어 그에게 구속된다. 조브를 제거하러 온 정부 요원은 모두 죽는다. 자신의 가상현실을 폭파해 없애려 하는 정부에 분노한 조브는……

"널 똑똑하게 해줄 수 있는 게임이 있단다. 단, 누구에게도 이 게임을 말하면 안돼."

상상의 세계, 가상현실의 역사는 아주 오래 됐습니다. 수천년 전 만들어진 책과 연극도 훌륭한 가상현실로 볼 수 있습니다. 오래 전 사람들은 눈을 감고 책에서 읽은 신화와 영웅 이야기를 떠올리며 가상현실을 체험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가상현실은 ‘내용이 정해진 콘텐츠’를 ‘관람자’가 돼 ‘눈’으로만 봐야 하는 제한적인 것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최신 가상현실 기술은 어떤가요? 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진, 현실을 방불케 하는 환상적인 화면은 기본이고 촉감과 느낌, 심지어 맛과 중력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콘텐츠’를 ‘눈·코·입과 피부 등 오체 모두로’, ‘주인공’이 돼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가상현실은 그야말로 내 마음대로 꾸미고 행동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현실’이라 할 만합니다.

론머맨 포스터
론머맨 포스터
현실에서 우리는 그저 힘 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데, 가상현실에서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신이 된다면 어떨까요? 나아가 가상현실에서 얻은 신과 같은 능력을 현실에서 발휘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부터 하고 싶으신가요? 가상현실이 눈부시게 발달한 현대. 30년 전 예상한 오늘날의 가상현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영화 ‘론머맨(The Lawnmower Man, 1992)’에서 그 상상의 조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질을 지배하는 것은 정신입니다. 기적따위가 아니고요."

가상현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이니까요. 가상현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누구든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래밍하면 됩니다.

가상현실 교실, 가상현실 직장, 가상현실 쉼터, 가상현실 병원 등 무엇이든 상상하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것이 가상현실의 장점입니다. 이미 가상현실 원격 교육과 회의, 위험한 곳에서의 원격 작업, 가상현실 심리치료 등 다양한 기술이 현실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가상현실은 사람을 신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윤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윤리 없는 가상현실 공간은 해킹과 범죄 등 온갖 부작용이 넘쳐나는, 지옥같은 공간이 될 것입니다.

이미 현대 사회에서 가상현실의 부작용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두통이며 피로감, 시력 저하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은 애교 수준입니다. 가장 큰 부작용은,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판단력 오류입니다. 이는 사회 부적응, 나아가 범죄로 이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조브가 가상현실을 넘어 진정한 세계의 신이 된 것도, 그가 인간미를 끝까지 버리지 않은 덕분일 겁니다.

"내가 신이 된다면, 세계의 모든 OO를 한순간에 OO겠어요."

영화 ‘론머맨’에 나오는 가상현실 기기와 콘텐츠는 놀랍게도 오늘날의 그것과 거의 같습니다. 래리 박사와 조브는 화면을 보여주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쓰고 글러브로 가상현실 속 사물을 조작합니다. 센서도 없는데 사용자의 위치와 방향, 가속도를 표현하고 촉감을 비롯한 상호작용까지 지원하는 등, 오히려 최신 가상현실 기기보다 우수한 면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와 함께 컴퓨터 그래픽을 가장 효과적으로 쓴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환상적이면서도 섬찟한 느낌을 주는 가상현실 세계, 조브의 초능력은 지금 보면 사뭇 어색하고 유치하지만, 제법 그럴싸하기도 합니다. 결말에도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몇몇 등장 인물의 생각과 행동에 개연성이 부족하고, 후반으로 갈 수록 서사가 헐거워져 그저 그런 SF영화가 되고 맙니다. 하지만, 가상현실과 뇌과학 등 첨단 기술에 윤리가 빠졌을 때의 부작용, 온라인 시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올 수 있는 종말의 가능성을 그린 결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클라우드를 살펴볼 수 있는 콘퍼런스가 열린다.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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