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애견유치원, 펫택시 등이 등장하고 장례서비스도 이뤄진다. 펫팸족(펫과 패밀리 합성어), 펫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펫코노미, 펫테크 등의 신조어도 이 같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어떻게 하면 반려동물에게 더 좋은 것을 줄 수 있을지 살피는 모든 펫맘의 관심이 이같은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IT조선은 블루오션으로 자리잡은 펫코노미와 펫테크 빅뱅을 앞두고 반려동물 시장의 동향을 살피고자 ‘평화로운 펫코노미’를 연재한다. 기자 역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동동이(반려견)와 함께하는 펫맘이다. [편집자주]

유리벳10 / 유리벳코리아
유리벳10 / 유리벳코리아
반려동물 건강은 항상 큰 관심사다. 말 못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아픈 곳이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무리 생활을 하던 동물 습성상 아픈 것을 숨기는 경향이 있어 작은 신호에도 예민하다. 누군가에게는 유난스러워 보이는 행동이 반려인에게는 일상이다.

매일 같이 관심을 갖고 작은 신호를 살펴도 전문적인 수의학 지식을 알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매일 동물병원에 출근 도장을 찍을 수도 없다. 반려인들이 난감해지는 이유다.

최근 이런 반려인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 등장했다. 간편하게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도록 돕는 소변검사키트 ‘유리벳10'이다.

유리벳10은 고양이와 강아지 등이 모두 사용 가능하다. 검사 키트에 반려동물 소변을 묻힌 후 미리 다운로드받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진만 촬영하면 된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아질산염과 우로빌리노겐, 비중 등 10가지 항목으로 구분된 검사 결과가 화면에 나타난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내과 질환 여부를 살필 수 있다.

정말 간편하게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동동이와 체험에 나섰다.

동동이는 견생 4년 차에 접어든 암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이다. / 김평화 기자
동동이는 견생 4년 차에 접어든 암컷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이다. / 김평화 기자
간편한 채취와 촬영으로 진단까지 손쉽게

유리벳10을 사용하기 전 소변 채취가 걱정됐다. 유리벳 안내에 따르면 아침 첫 소변을 채취해야 검사 결과가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동동이가 언제 화장실을 갈 지 알 수 없었다. 동동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동동이 소변을 어디에 받아야 할 지도 고민됐다. 다행히 동동이는 야외 배변만 고집하지 않는다. 평소 이용하는 배변판을 이용하기로 했다. 배편판에는 평소 패드를 깔아 놓지만 이번에는 소변 채취를 위해 깔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 소변을 볼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동동이가 소변을 봤다. 배변판을 들어 소변 채취에 나섰다. 유리벳10은 구성품으로 일회용 스포이트를 제공한다. 덕분에 간편하게 원하는 양을 스포이트로 빨아들여 얻을 수 있었다.

이후 과정도 간편하다. 유리벳에서 제공하는 플라스틱판에 소변을 채우고 1~2초간 키트를 충분히 담근 후 빼면 된다. 유리벳은 만약 키트에 소변이 많이 묻어 있을 때는 휴지로 가볍게 톡톡 두들겨 제거하라고 알려준다. 강한 자극을 주면 테스트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앱을 이용해 사진만 촬영하면 된다. 유리벳10은 촬영 시 빛 간섭으로 인한 진단 방해를 차단하는 촬영 보드도 제공한다. 그 위에 키트를 두고 모바일 앱으로 촬영을 시도했다.

앱은 "진단 시약과 반려동물 소변 반응을 최적화하고자 60초 후 촬영 화면으로 전환한다"며 잠깐 시간을 들였다. 이때 화면 하단에는 ‘등푸른 생선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카페인 함유 식품은 반려동물 심장과 신경계 중독을 일으킨다' 등의 건강 상식 내용을 알려준다.

60초가 지나고 화면에 제시된 안내대로 키트를 촬영했다. 그러자 수초 만에 바로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질산염과 우로빌리노겐, 비중, 빌리루빈, 케톤체, 포도당, 단백질, pH, 백혈구, 잠혈 등 10가지 항목별로 건강 단계를 파악할 수 있다. 정상(초록)과 주의(노랑), 경고(주황), 위험(빨강) 네 단계로 나눠 문제 경중도 알 수 있다.

왼쪽부터 앱 마켓에서 ‘유리벳’을 검색해 유리벳10 앱을 찾은 화면과 동동이 정보를 입력한 화면, 키트 촬영을 위해 카메라 접근을 허용하는 화면, 정확한 검진을 위해 촬영 전 60초간 기다리는 화면. / 김평화 기자
왼쪽부터 앱 마켓에서 ‘유리벳’을 검색해 유리벳10 앱을 찾은 화면과 동동이 정보를 입력한 화면, 키트 촬영을 위해 카메라 접근을 허용하는 화면, 정확한 검진을 위해 촬영 전 60초간 기다리는 화면. / 김평화 기자
장기간 약 복용한 동동이 ‘간 기능 경고’

검사 결과 동동이는 빌리루빈과 우로빌리노겐 항목에서 ‘경고’ 판정을 받았다. 빌리루빈은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비장이나 골수 등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우로빌리노겐은 헤모글로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빌리루빈이 장에서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대 형성되는 물질이다. 앱은 "간성 원인으로 간염이나 간 경변과 같은 간 실질 질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위험 단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도했다. 그리고 그 동안 너무 안일했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최근 동동이의 간 기능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던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동동이는 4월 말 중성화 수술을 하면서 2주 넘게 약을 먹었다. 스테로이드성 진통제 등 간에 부담이 되는 약이었다.

동동이는 또 케톤체와 단백질 항목에서 ‘주의’ 판정을 받았다. 케톤체는 인슐린이나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할 경우 생체 내 지방 분해가 증가하면서 생기는 물질이다. 당뇨성 케톤산증, 갑상샘저하증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단백질(단백뇨)은 심할 경우 요로 감염증과 방광염, 신장염 등이 의심된다.

두 항목은 원인을 유추할 수 없었다. 4월 말 수술로 인해 몸이 전부 회복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추가로 질병 요인이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앱에서는 "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24시간 후 재검사를 해 주십시오"라고 안내했다.

왼쪽부터 플라스틱판에 진단 키트를 넣어 소변을 적시는 모습과 촬영을 위해 보드 위에 키트를 둔 모습, 검사 결과 나타난 동동이의 10가지 건강 항목 사항. / 김평화 기자
왼쪽부터 플라스틱판에 진단 키트를 넣어 소변을 적시는 모습과 촬영을 위해 보드 위에 키트를 둔 모습, 검사 결과 나타난 동동이의 10가지 건강 항목 사항. / 김평화 기자
반려동물 식습관 개선과 정기적인 건강 검진 효과 얻어

검진 결과를 모두 살핀 결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후회가 밀려왔다. 중성화 수술을 했으니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했다.

재검사에 앞서 자주 가는 동물병원에 연락했다. 수의사는 "간 수치 관련 결과는 약 복용으로 인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반려견은 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혈액 검사로 간 수치를 확인한다는 설명도 들었다.

수의사는 또 "케톤체나 단백질 항목은 일시적일 수 있다"며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나 그날 컨디션에 따라 수치가 달리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의사는 "소변진단키트가 100% 질환 위험만을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위로했다. 유리벳10을 내놓은 유리벳코리아 역시 "정확한 질환의 확진을 위해서는 수의사와의 상담과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소변진단키트 역할이 없는 게 아니다. 수의사는 "소변검사키트로 반려동물 식습관을 개선하거나 평소 건강 검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리벳코리아도 "정기적인 소변 검사는 내과 질환 원인인 잘못된 식습관과 양육 환경을 점검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다양한 내과 질환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건강한 습관이다"고 밝혔다. 실제 동물병원에서 가장 흔히 시행하는 검사로 소변 검사를 택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반려동물 건강을 정기적으로 살필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점이 아닐까. 반려인의 잘못된 반려동물 보살핌을 교정하는 효과도 못지않다.

순간 식탁 옆에서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동동이 등쌀에 못 이겨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준 과거 일이 떠올랐다. 앞으로는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유리벳10 앱에 들어가 검진 결과를 보며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