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BT 융합 외치는 의사’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사장 인터뷰
"후보물질 30종 도출, 렘데시비르 효능 비교 검증 연구 진행"
코로나19로 주목…AI·빅데이터 앞세운 혁신으로 퀀텀점프
"자체 AI 신약 플랫폼을 활용해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수준으로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종 후보물질 1종을 최근 도출했습니다. 현재 물질 특허를 출원한 상태입니다. 이 1종은 그간 호흡기 질환 환자에게 쓰여온만큼, 안정성 데이터도 풍부합니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사장은 최근 IT조선과 인터뷰에서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 트렌드를 짚으며 이 같은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최근 기존 허가된 약물 대상으로 자체 AI 신약 플랫폼 딥매처(Deep Matcher, 단백질 리간드 복합체 상호작용을 실제 물리적 환경 변화에 따라 3D 가상그래픽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 기반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코로나19에 억제 효능을 나타내는 후보 물질 30종을 도출하면서 주목받았다.
신테카바이오는 앞서 도출한 30종 후보물질 중 코로나19 바이러스 세포병변을 억제하는 3종을 먼저 골라냈다. 이후 3월 말부터 국책연구기관과 함께 렘데시비르 비교 연구를 진행,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수준으로 세포병변을 억제하는 최종 1종을 도출했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의약품이다. 최근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원숭이 신장 세포에 감염시킨 후 약물 효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능평가를 진행했더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도출한 물질 중 가장 효과가 좋은 물질은 호흡기질환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다.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수준의 세포병변 억제능과 안전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종 1종의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현재 해당 물질의 새로운 용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라며 "아직 세부적인 정보를 밝힐 수 없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최종 1종에 대해 "장기간 사용된 호흡기질환 의약품이라서 인체 투여 용량을 잘 조절하면 유사한 수준의 유효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경구제인만큼, 주사제인 렘데시비르 대비 복약 편의성 측면에서 장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후보물질 검증까지 2달 미만…"IT+BT의 힘"
신테카바이오가 후보물질 스크리닝에 들인 시간은 약 보름이다. 검증 기간을 포함해도 두 달이 채 되지 않는다. 통상 세포·동물 실험을 거쳐야 하는 전통 신약 개발 방식 대비 상당히 짧은 기간이다. 시간은 단축했지만 결과는 긍정적이다. AI 약물 재창출 모델로 도출한 물질 30종 중 3개가 실험을 통해 유효성을 보이면서 성공 확률은 약 10%로 집계됐다. 신테카바이오는 그 중 후속 연구를 통해 상업적 가치가 있는 최종 1종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김 사장은 인터뷰 내내 "IT와 BT(Bio Technology, 바이오 기술)의 융합으로 가능했던 일이다"라며 두 기술 산업 융합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정부와 의료진, 시민이 모두 선진화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됐다"며 "방역과 진단키트 분야에서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K 바이오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 후발주자로서 존재감이 미미한 한국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K 바이오 성장 잠재력은 4차산업혁명 기술 활용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고의 기업만 살아남는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이 4차산업혁명 기술을 잘 활용하면 차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에 따르면 이미 해외 거대 기술 기업은 이러한 IT와 BT 융합 트렌드를 미리 전망하고는 바이오 인재를 영입하는 신기한 현상을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열린 JP모건 행사를 예로 들었다. 당시 행사 첫 날 점심 자리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멤버로 영입된 엠마 웜슬리 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회장이 AI 신약 개발 계획을 주제로 발표했다.
실제 아마존과 구글은 바이오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인다. 아마존은 지난해 온라인 약국 ‘필팩’을 인수하면서 온라인 약품 유통시장 장악에 나섰다. 구글은 자회사 베릴리를 통해 헬스케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모두 IT 기술만으로는 사업을 영위하기에 한계가 있을 뿐더러 바이오 영역과 IT를 융합했을 때 일어날 시너지 효과(비용 절감, 시간 단축, 위험도 개선 등)를 미리 내다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시장은 아직이다. IT와 BT를 융합하기 위해 총대를 매는 IT 기업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인재는 넘쳐난다. 김 사장이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유다.
그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IT 기업은 IT와 BT를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것을 아직은 꺼리는 분위기다"라며 "이제부턴 물질특허가 만료된 약물, 후발약물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전통 신약개발 산업에 묶여있을 게 아니라 돌파구가 될 만한 기술과 솔루션을 찾아 혁신 신약 개발의 밑거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테카바이오가 AI,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다. 바이오 기업으로서 IT와 BT를 융합한 신테카바이오의 비전을 물었다. 김 대표는 "면역항암제(Immuno-oncology) 부문으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IPO 상장사이긴 하지만 벤처 스피릿(spirit)으로 신약 개발 산업에 이바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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