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선 영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배제하기 위해 만든 동맹에 한국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의 수혜가 예상된다.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 / 트위터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 / 트위터
지난달 31일(현지시각) IT매체 폰아레나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화웨이를 대신해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공급업체를 찾기 위해 ‘D10’이라는 동맹을 만들기로 했다.

D10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주요 선진국 모임인 ‘G7’에 한국과 인도, 호주 로 구성된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업계 1위다.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우수하다보니 유럽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201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요청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중국과의 외교 문제 등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올 초만해도 영국은 주요 시설을 제외한 곳에 화웨이 5G 장비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웨이의 5G 사업 참여를 허용했던 보리슨 존슨 총리가 결정을 번복했다. 텔레그래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영국 내 5G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할 것을 지시했다.

영국은 최근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폰아레나는 영국이 이제 미국처럼 5G 네트워크 공급 업체를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5G 상용화 전 중국업체의 장비를 배제하기 위해 시스코와 오라클에 5G 장비 부품 제작을 요청했지만, 두 업체는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신규 사업자보다는 기존 장비 업체 에릭슨, 노키아 등이 화웨이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 동맹국의 주요 통신사들과 5G 장비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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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비롯해 노키아, 에릭슨 등이 입지를 구축한 유럽시장 진출은 지지부진했다. 영국 정부의 동맹이 실행된다면 삼성전자도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를 얻는다.

통신분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 기업인 삼성전자는 영국 정부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D10’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한국 정부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영국정부의 계획이 민간기업에 내려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며 "아직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기업을 배제하려는 동맹에 우리나라 동참을 독려하는 미국의 요청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9월쯤 열릴 예정인 G7 정상회의에 한국 등을 초청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