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새 미니PC 표준 적용 제품 써보니

입력 2020.06.04 06:00

인텔의 PC 업계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CPU뿐 아니라 PC를 구성하는 메모리, 칩셋, 콘트롤러, 네트워크, 통신 칩 등 주요 반도체를 직접 만드는 회사인 덕이다. 인텔은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PC와 관련된 각종 업계 표준을 직접 만들고 주도한다.

인텔은 높은 공간 활용도로 PC 업계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는 미니PC 분야에서도 새로운 표준을 만들려 시도한다. 인텔은 2019년 8월 ‘쿼츠 캐년 누크(Quartz Canyon NUC)’를 처음 발표한 후 최근 실제 제품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쿼츠 캐년 누크가 앞으로의 맞춤형 미니PC 기본 규격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 쿼츠 캐년 NUC / 최용석 기자
누크(NUC)는 인텔이 꾸준히 개발해온 자체 미니PC 브랜드다. 성인 남성의 손바닥 크기 제품부터, 셋톱박스나 슬림형 게임 콘솔 크기의 제품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온다. 이번에 선보인 ‘쿼츠 캐년 누크’는 소형·고성능의 워크스테이션급 미니PC다.

전문가급 성능의 소형·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은 HP, 델, 레노버 등 글로벌 3대 PC 제조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델로 시판됐다. 타워형 데스크톱의 크기와 비교해 작지만, 서버용인 인텔 제온(Xeon) 프로세서와 쿼드로(Quadro) GPU를 탑재했다. 고사양 하드웨어 덕에 각종 복잡한 연산이나 시뮬레이션, 3D 설계와 디자인, 초고화질 이미지 및 영상의 편집과 렌더링 등 전문적인 작업을 척척 해낼 수 있다.

HP의 초소형 워크스테이션 ‘Z2 미니 G4’. 크기는 작지만 부품 선택과 교체, 확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 HP
기존 소형·고성능 워크스테이션 제품은 ‘소형화’를 우선한 나머지 제조사 자체 디자인과 규격을 사용했다. 소비자는 제조사가 미리 제시하는 CPU나 GPU 사양 중 편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메모리나 저장장치 사양도 임의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 업그레이드나 구성 변경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텔의 ‘쿼츠 캐년 누크’는 기존 미니PC와 달리 핵심 하드웨어의 선택이나 교체 편의를 높인 모듈형 구조를 채택했다. 모듈만 잘 조합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하드웨어로 구성할 수 있다. 추후 모듈만 교체하면 되므로 업그레이드 과정도 간편하다. 일반 조립 PC의 장점을 미니PC에 적용한 셈이다.

쿼츠 캐년 누크의 겉 모양과 크기는 살짝 큰 미니PC 한 대 형태다. / 최용석 기자
쿼츠 캐년 누크는 깔끔하고 단순한 외형에 가지런히 모여있는 전원 버튼, LED 등을 갖춘 전형적인 데스크톱 미니PC의 모습을 보인다. 좌우 커버는 원활한 냉각을 위해 공기가 잘 통하는 금속 메시 망 형태며, 상단 2개의 냉각 팬이 내부의 열을 빠르게 배출한다.

이 제품의 진가는 내부 구조에 있다. 나사를 풀고 커버를 열면 전용 규격이 아닌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일반 PCI 익스프레스(PCIe) 카드 형태의 엔비디아 쿼드로 GPU가 포함됐다.

커버를 열면 일반 데스크톱용 엔비디아 쿼드로 P2200이 탑재되어 있다. / 최용석 기자
사용자는 길이 21㎝쯤의 PCI 슬롯 2개 이하 두께의 표준 PCIe 방식 연산 가속 GPU나 그래픽카드를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장착을 돕는 8핀 규격 VGA 보조전원 케이블도 2개 제공한다. 기존의 일반 미니PC나 미니 워크스테이션 제품은 GPU가 내부 기판에 납땜(온보드) 돼 있거나, 독자 규격의 확장 카드 또는 노트북용 확장 카드 규격을 사용해 부품 선택과 교체가 매우 제한된다. 하지만 쿼츠 캐년 누크는 교체가 자유롭다.

제온 CPU와 메모리, M.2 SSD 등을 포함한 컴퓨팅 모듈도 쉽게 탈착 및 교체 가능한 카드형태를 취하고 있다. / 최용석 기자
인텔 제온 CPU와 메모리, SSD 등을 장착하는 메인보드(마더보드)도 확장 카드 형태로 모듈화돼 있어 쉽게 탈착할 수 있다. 마치 노트북의 내부 기판을 카드 형태로 만든 모양새다. CPU 냉각을 위한 쿨러도 모듈 형태로 일체화돼 있다.

리뷰에 사용한 쿼츠 캐년 누크 제품은 8코어 16스레드 구성의 인텔 제온 E-2286M 프로세서를 갖췄다. GPU는 엔비디아 쿼드로 P2200이다. 쿼드로 제품군 중에서는 보급형에 속하지만, 솔리드웍스 등 전문적인 애플리케이션에서 GPU 가속 성능을 제공하기에는 충분하다. 제대로 된 워크스테이션 구성이다.

쿼츠 캐년 NUC의 전체적인 구성 / 최용석 기자
쿼츠 캐년 누크는 ▲CPU와 메모리 등을 모아놓은 메인 컴퓨팅 모듈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PCIe 방식 그래픽카드(GPU) ▲정격 500W 파워서플라이를 내장한 하우징(케이스) 등 모듈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자는 용도에 따라 원하는 구성의 컴퓨팅 모듈을 선택하고, 마찬가지로 업무에 필요한 GPU를 선택해 하우징에 장착해 ‘맞춤형 미니 워크스테이션’을 구성할 수 있다. 워크스테이션뿐만이 아니다. 컴퓨팅 모듈을 일반 CPU가 장착된 것을 선택하고, 그래픽카드를 일반 게임용으로 장착하면 그대로 고성능 미니 게이밍PC가 된다.

컴퓨팅 모듈(CPU 종류)에 따른 인텔 쿼츠 캐년 NUC의 제품 목록 / 인텔
게임 사양 컴퓨팅 모듈의 경우 현재 8코어 16스레드 구성의 모바일용 코어 i9-9980HK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이 인텔의 발매 라인업에 올라있다. 노트북과 비교해 전력 제한이 없고 발열 해소도 훨씬 유리하다. 그래픽카드 성능 제한 없이 일반 데스크톱용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동일한 CPU를 채택한 비슷한 사양의 게이밍 노트북과 비교해 한 수 위의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PC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7월 쿼츠 캐년 누크 시리즈를 출시한다. 영국의 한 웹사이트가 진행 중인 예약 판매 가격을 보면 제온 CPU를 탑재한 워크스테이션 사양 모델은 1460파운드(224만원), 코어 i7 CPU를 탑재한 게이밍 사양 모델은 1139파운드(174만8000원, 이상 부가세 별도)부터 시작한다. 그래픽카드는 따로 구매해야 함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대다. 한국에서의 정식 출시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인텔 쿼츠 캐년의 모듈형 구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 ‘맞춤형 미니PC’가 등장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 최용석 기자
인텔이 1995년 발표한 PC 내부 디자인 규격인 ‘ATX’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PC 업계에서 표준으로 통한다. 독자규격만 고집하는 애플의 맥(Mac)이나 완제품으로 나오는 미니PC, 일체형 PC, 산업용 PC, 노트북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데스크톱 PC가 ATX 규격을 따른다. ‘조립PC’가 당당히 PC 업계의 한 축을 구성할 수 있는 것도 핵심 부품 제조사들이 호환성을 위해 ATX 표준에 맞춰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쿼츠 캐년 누크의 모듈형 플랫폼 구조가 PC 업계에 정식으로 도입 및 확산할 경우, 미니PC도 데스크톱 조립PC처럼 사용자 맞춤 구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조립PC가 비용 대비 효율이 우수한 PC를 구성하기에 유리한 것처럼, 다양한 구성의 맞춤형 미니PC를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