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첫해 2017년 40억에서 올해 추경 확정시 3315억
2010년 美 스탠포드대 1600만개 데이터 공개하며 AI 급성장

‘3년만에 예산 82배 증액’
‘올해 추경 규모는 본 예산 7.5배’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하는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이 업계 뜨거운 감자다.

2017년 40억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2018년 90억원, 2019년 195억원으로 2배씩 상승하다가 올해 추경안 2925억원을 포함 3315억원으로 단번에 17배 폭증했다.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3년사이 82배나 늘었다.

장석영 과기부 차관은 ‘AI 학습데이터 구축’사업을 과기부가 진행하는 한국판 뉴딜 대표 사업으로 꼽았다. 장 차관이 한국판 뉴딜이 포함된 과기부 3차 추경안 발표 모습/ IT조선 DB
장석영 과기부 차관은 ‘AI 학습데이터 구축’사업을 과기부가 진행하는 한국판 뉴딜 대표 사업으로 꼽았다. 장 차관이 한국판 뉴딜이 포함된 과기부 3차 추경안 발표 모습/ IT조선 DB
정부 사업 예산이 대개 증가세를 보이다가도 일정 기간 지나면 정체 또는 오히려 축소된다. AI 데이터 구축 사업은 4년차에 말 그대로 ‘폭발’했다.

이유는 ‘한국판 뉴딜’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확실한 차세대 먹거리 ‘AI 육성’과 ‘일자리 창출’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장석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한국판 뉴딜 예산 공개자리에서 "4차 산업 혁명 시대 기계학습을 위한 대표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뉴딜’에 걸맞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자체 조사 결과 재택 근무가 가능한 클라우드 소싱 방식을 이용할 경우 10억원당 200명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은 단순하다. 말 그대로 디지털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는 작업이다. 데이터 라벨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과기부 설명도 ‘기술·산업적으로 유망하고 AI응용개발에 공통적으로 활용 가능한 이미지·영상 등 범용성 높은 AI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이 기반 데이터를 구축해 개방함으로써 AI 성장 토대이면서 AI 발전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산업계는 ‘환호’한다. 장동인 AIBB 대표는 "AI는 학습을 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단순 데이터만 있으면 안된다. ‘답(설명)’이 달린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데이터 라벨링은 AI발전에 기초이며 토대"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AI 선진국과 비교해 이 분야가 많이 뒤쳐져 있다. 미국만 해도 스탠포드대학이 1600만개의 이미지(데이터)에 라벨링을 해 공개해 이후 AI산업이 급성장했다. 구글도 오픈 이미지 데이터가 900만개에 달한다.

막대한 인건비가 소요돼 산업계가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래서 정부에 지속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이번에 정부가 크게 움직인 것이다.

지난 3년(2017~2019)간 수행한 사업은 고작 21종에 불과하다. 과기부는 이번에 본 예산에서 20종, 추경(한국판 뉴딜 예산)으로 150종을 진행한다. 추가 사업을 위해 4월부터 이미 시장 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본 예산 20종에 대해서는 사업자 선정 작업중으로 조만간 확정한다. 추가 150종에 대한 선정 작업도 빠르게 진행한다. 양기성 과기부 빅데이터진흥과장은 "3차 추경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면 바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단번에 사업규모가 확대돼 사업자가 충분히 있는지도 관심사다. 올해 20종 구축사업에는 92개사가 신청, 4.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이외 신청업체가 없다면 정부 사업 미달 사태도 발생한다.

정부는 대안을 고민중이다. 각 사업자가 2종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동안은 1개 사업자는 하나의 사업만 진행할 수 있었다.

사업비는 1종당 19억5000만원으로 잠정 확정했다.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 등 전 주기를 책임져야 한다. 예산을 정액으로 정한 것은 업체 혼란을 줄이고 정해진 예산 범위내에서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하기 위한 결정이다.

갑작스런 사업 규모 확대로 사업 부실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양기성 과장은 "전문기관과 함께 완성도 있는 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감리를 포함 절차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준배 기자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