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게임은 ‘하이쌤(highssam@chosunbiz.com)의 게임 세상’을 줄인 말로 화제가 되는, 주목할만한 게임에 대해 분석하고 소개하거나 게임·게임 업계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다. [편집자주]

한국 게임 시장에서의 매출 순위는 흔히 말하는 ‘아재 취향’ MMORPG가 점령한 지 오래됐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등 한국 게임사는 물론 중국산 게임 업체도 경쟁에 돌입했다. 웹젠이 5월 27일 출시한 뮤 아크엔젤 또한 의심할 여지 없는 ‘아재 취향’ 게임 중 하나다.

뮤 아크엔젤은 출시 이후 1주일도 안 된 시점에 중국 게임사가 서비스하는 게임을 모두 제치고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기준 3위를 차지했다. 비결은 간편함이다. 최대한 ‘직장인 아재’가 게임을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국과 중국 등 많은 지역에서 이미 인기를 인정받은 원작 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했다는 점도 인기를 견인하는 데 한몫했다.

뮤 아크엔젤 이미지 / 웹젠
뮤 아크엔젤 이미지 / 웹젠
MMORPG의 ‘핵심’만 남겨 간편함 강조

뮤 아크엔젤은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 즐기기에 좋은 게임이다. 콘텐츠가 다양하고 복잡한 국산 MMORPG 보다 중국 업체의 방치형 게임과 비슷한 게임성을 담았다. 퀘스트 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의미는 없다. 자동 전투로 순식간에 적을 쓸어 담아 레벨업을 할 수 있다. 게이머는 레벨업 과정에서 아이템을 착용하거나 다음 퀘스트 자동 진행 버튼을 누르는 등 최소 조작만 하면 된다.

모바일게임은 게이머가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준비를 하고 플레이하는 PC게임과 다르다. 레벨업 구간 이펙트가 얼마나 화려하든, 배경이 아름답든, 스토리가 감동적이든 게이머는 별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뮤 아크엔젤은 과감히 ‘귀찮은’ 레벨업 구간을 대폭 압축해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에 집중하도록 했다.

게임을 즐길 때 많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뮤 아크엔젤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아이템 교체 기준은 오직 ‘전투력’이다. 전투력이 높은 아이템을 착용하면 강해진다. 실로 간편하다. 뮤 아크엔젤은 PC게임 감성을 담은 게임인 만큼 캐릭터 스탯을 직접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으나, 이 역시 자동 분배 기능을 활용해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수동 조작조차 불가능한 일부 중국 방치형 게임과는 다르다. 뮤 아크엔젤은 캐릭터를 얼마든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공격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몬스터를 쓸어 담는 것보다 한층 고차원적인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다.

몬스터를 쓸어담고 경험치를 대폭 획득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몬스터를 쓸어담고 경험치를 대폭 획득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게임성 자체는 간편하나 콘텐츠 양은 상당해

출시 시점에 마련한 콘텐츠의 양도 상당하다. 3가지 조건에 맞춰 보스를 사냥하는 일일 던전 벨라토르(80레벨 이상), 제한 시간 안에 몬스터와 보스를 처치하고 대천사의 무기를 찾아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블러드 캐슬 던전(40레벨 이상), 일정 시간 안에 끝없이 몰려오는 몬스터를 최대한 처치하는 이카리아 던전(180레벨 이상) 등을 클리어하면 활약도와 게임 내 재화를 얻을 수 있다.

게이머는 던전을 탐험하고 얻은 활약도를 사용해 경험치를 대량으로 제공하는 일일 콘텐츠 ‘악마의 땅’에 입장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개발팀은 채굴, 월드 보스, 고대 전장 등 경쟁 콘텐츠는 물론, 배틀로얄 방식으로 겨루는 카오스 캐슬, 길드 등 커뮤니티 기능 등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이용자가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보스를 잡을 때 마치 ‘디아블로’ 등 핵앤슬래시게임처럼 아이템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이를 획득하며 전투력을 늘릴 때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의 본질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웹젠 측에 따르면 이 게임은 후 1년 간 추가할 콘텐츠 분량을 미리 확보한 상태로, 이른 시일 안에 대형 콘텐츠 추가와 행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보스를 사냥하면 마치 핵앤슬래시게임처럼 아이템이 다수 떨어진다 / 오시영 기자
보스를 사냥하면 마치 핵앤슬래시게임처럼 아이템이 다수 떨어진다 / 오시영 기자
확률형 아이템 전면 배제해 이용자 스트레스 ↓

사실 뮤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은 이미 다수 시장에 출시됐다. 뮤 오리진 1·2가 대표적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은 뮤 오리진2는 여전히 구글 플레이스토어 16위를 지키는 인기 게임이다.

신작 뮤 아크엔젤은 오리진 시리즈와는 달라야 했다. 뮤 오리진 시리즈가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으로 대표되는 모바일게임의 비즈니스 모델(BM) 등 형식을 따른 것과는 차별화했다. 중국 게임을 위주로 과거에 유행했던 VIP 모델을 도입했다.

VIP 모델은 결제한 다이아 금액에 따라 상품과 혜택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한동안 이 모델은 ‘과금만 하면 강해지는 탓에 과금을 너무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확률형 아이템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오히려 VIP 모델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일부 확률형 게임은 얼마를 쓰든 운이 나쁘면 무과금 상태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으나, VIP 모델은 돈을 쓰면 그만큼 강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는 대신 구매력 있는 직장인들로서는 시간과 함께 자금을 활용해 캐릭터를 키우는 수단을 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VIP모델은 총 12단계까지 마련했다 / 오시영 기자
VIP모델은 총 12단계까지 마련했다 / 오시영 기자
개발팀은 ‘대천사 무기’ 등 주요 아이템을 공성전, 보스 사냥 등 게임 내 콘텐츠를 진행해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수익 분야에서 전면 배제했다. 이용자 스트레스를 대폭 줄여준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뮤 아크엔젤은 뺄 것은 과감히 빼고, ‘직장인 아재’를 위한 핵심을 남긴 게임이다. BM 면에서도 꽝 없이 ‘쓴 만큼 강해지는’ VIP 시스템을 채용해 오히려 경쟁력을 부여했다. 복잡하지 않은, 간결한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이용자에게 적합한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