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서비스 방식 따라 위법 소지"
서울시 "법적으로 문제 없어"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시가 직접 망을 운영하는 것이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시민의 ‘보편적 통신권(공익)’을 위한 사업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누구나 공공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하는 ‘데이터프리(data free) 도시’를 만들기 위한 ‘스마트서울 네트워크(에스넷)’를 추진 중이다. 1027억원을 투입해 공공생활권역에 자가 유무선통신망 구축, 공공와이파이 AP 1만6330대 설치, 사물인터넷(IoT) 기지국 1000개소를 설치한다. 이 가운데 자가 유무선통신망 구축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서울시 무료와이파이 서비스 홍보 이미지 / 서울시
서울시 무료와이파이 서비스 홍보 이미지 / 서울시
10일 과기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와이파이와 관련해 이날 국장급 관계자들이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 과기정통부는 서울시가 자가망으로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우려와 함께 법적 유권해석을 추천했다. 실무진 미팅도 수 차례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분위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자가망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것이다"며 "통신매개 행위는 기간통신사업자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가망을 운영하려면 유지하고 보수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서비스 장애 시 장비를 교체하고 SW를 업데이트하는 등의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이를 직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65조는 자가전기통신설비를 설치한 자는 그 설비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설치한 목적에 어긋나게 운영하는 것을 금지한다. 자가망을 가질 수는 있지만, 내부 인프라를 운영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가전기통신설비를 설치한 자는 그 설비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설치한 목적에 어긋나게 운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그 설치 목적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허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찰 또는 재해구조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치안 유지 또는 긴급한 재해구조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법률 위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에스넷 자가망을 통신사에 임대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성도 이슈다. 서울시는 와이파이6가 기존 공공와이파이보다 보안성이 한층 강화된 WPA3를 지원하므로 해킹·도청의 위험이 줄어든다고 홍보 중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망 운영 경험이 부족한 서울시가 직접 망을 관리하다가 자칫 해킹 등의 보안 위협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다.

서울시는 자가망 운영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마트도시법’ 제42조에 비영리 목적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가전기통신설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가망 유지·보수를 서울시가 관리한다는 기존 계획에 변동은 없다"며 "시민 통신기본권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비영리 공익 목적의 자가망 사용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와이파이는 스마트도시 서비스의 하나로 이해해달라"며 "통신사와 과기부와도 잘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도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갈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우려와 의견을 전달한 것 뿐이다"며 "현행법상 저촉되는 부분이 없도록 서울시와 해결방안에 대해 계속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서울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가망 공공와이파이를 추진 중인 다른 지자체도 있는 만큼, 서울시가 선례가 될 확률이 높다.

인천광역시도 공공기관에서 정보통신망을 민간통신사업자에게 임대해 사용하지 않고, 직접 망을 구축해 기관 내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자가통신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달리 이제 막 망을 구축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서비스 방식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서울시 사례를 모니터링하며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