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10년 넘게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이하 라이엇)는 오랫동안 대표작 하나만을 서비스한 ‘원 히트 원더’ 게임사로 인식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DAU)가 1억명에 이를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게임이다. 하지만 라이엇은 롤 출시 후 10년 간 신작·차기작 소식을 전하지 않아 종합 게임사라는 타이틀을 갖지 못했다. 라이엇이 다른 장르나 신규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게임을 내놓지 않는지 궁금증이 컸다.

라이엇은 최근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며 게이머들의 갈증 해소에 나섰다. 2019년 리그 오브 레전드 10주년 행사를 진행하는 중 당시 개발 중인 다양한 게임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발로란트, 전략적 팀 전투(TFT), 레전드 오브 룬테라 등 게임을 대거 선보이며 종합 게임사로의 발돋움을 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라이엇의 신작을 소개하는 이미지 / 오시영 기자
라이엇의 신작을 소개하는 이미지 / 오시영 기자
TFT,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모드로 시작해 새로운 게임으로 독립

라이엇이 가장 먼저 선보인 신작은 라이엇게임즈 클라이언트에서 실행할 수 있는 오토배틀러 장르 게임 전략적 팀 전투(TFT)다. TFT는 이용자 8명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과 아이템을 조합해 진영을 꾸리고 마지막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난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PC 버전은 2019년 6월, 모바일 버전은 2020년 3월 나왔다.

오토배틀러 장르의 시초는 2019년 1월 등장한 중국 드로도 스튜디오의 ‘오토체스’다. 이 게임이 흥행한 이후 라이엇을 포함해 텐센트, 밸브 코퍼레이션 등 ‘공룡 기업들’이 오토배틀러 분야에 도전했다. 트위치 시청자 수 등 각종 지표를 살펴보면, TFT가 오토배틀러 장르 중 대중성을 가장 크게 확보한 게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TFT 모바일 두둥등장 광고 / 리그 오브 레전드 코리아 유튜브 채널

TFT는 사각 타일에서 진행하는 같은 장르 다른 게임과 달리 육각형 타일을 적용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과 클라이언트를 활용했다. ‘꼬마 전설이’ 등 귀여운 마스코트 요소도 추가하며 기존 게임과 다른 차별화한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TFT의 세계 이용자 수는 PC버전 출시 후 8000만명을 넘겼고, 모바일 버전 다운로드 수는 출시 5일만에 150만건을 돌파했다.

게임 바깥에서도 호재가 이어졌다. 한국 힙합 가수 머시베놈과 협업해 제작한 광고 ‘두둥등장’은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 ‘Dududunga’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며 일종의 밈(meme, 인터넷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머시베놈은 e스포츠 대회 ‘LCK’ 결승전에서 광고 음악으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 수싸움·무작위성 배제로 차별화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서, 챔피언 ‘징크스’ 카드를 낸 모습 / 오시영 기자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서, 챔피언 ‘징크스’ 카드를 낸 모습 / 오시영 기자
디지털 카드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PC버전 기준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클라이언트에서 처음 벗어난 게임이다. 이 게임은 공격과 수비 진영에서 카드를 한 장 씩 번갈아 내며 수를 겨루는 점과 게임에서 무작위성을 거의 배제해 전개된다. 기존 카드 게임과 완전히 차별화한 부분이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는 일반적인 카드게임에서 카드를 얻는 방법으로 주로 활용되는 ‘카드팩’도 없다. 게이머는 진척도에 따라 카드를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이 게임은 5월 1일 모바일 버전 출시 직후 안드로이드와 iOS 양대 마켓 인기 순위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더 큰 대중성을 확보하려면 게임성 개선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를 한 장 씩 번갈아 내는 시스템은 상대방과 세밀한 수싸움을 벌일 때 좋지만, 실제 게임에 참여한 이들은 원하는 플레이를 ‘방해받는’ 기분을 느낀다고 지적한다. 무작위성을 거의 배제한 탓에 게임 자체가 예측 가능한 형태로 흘러가므로 ‘보는 맛이 밋밋하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이 게임은 출시 후 첫 확장팩으로 업그레이드 된 만큼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새 IP게임 발로란트, 출시 직후 PC방 점유율 순위 9위 진입하며 선전

발로란트 게임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발로란트 게임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신작 중 리그 오브 레전드의 콘텐츠 요소를 완전히 버린 팀슈팅게임은 ‘발로란트’다. 이 게임은 가까운 미래 지구에서 요원 다수가 활약하는 내용을 담았다. 출시 전부터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10일 게임트릭스 기준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9위에 오르며 순항한다. 해외에서는 다른 FPS게임 프로 선수가 발로란트로 전향을 선언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 배경 이야기와 팀 기반 총싸움게임이라는 점 탓에 일부 게임팬 사이에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와 비슷한 게임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실제로는 ‘조준 실력’과 ‘총기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정통 FPS에 가까운 게임성을 담은 덕에 우려를 다소 씻었다.

발로란트는 해킹 방지를 위해 안티치트 프로그램 ‘뱅가드’를 사용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게임 접속을 중간에 끊거나 PC 내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라이엇 측은 발로란트 출시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간 드러난 뱅가드 관련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이용자 피드백의 게임 내 반영은 라이엇의 강점
리이엇, e스포츠 리그화를 통한 게임 흥행 전략 펼쳐

2019 롤드컵 현장 사진 / 라이엇게임즈
2019 롤드컵 현장 사진 / 라이엇게임즈
라이엇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운영했던 경험을 신작에 녹이려고 노력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용자 피드백을 활용한 게임 내 적용이다. 라이엇은 ‘게이머와 게임을 함께 만든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정 주기마다 이용자 피드백을 게임에 다수 반영한다. 이 덕에 라이엇이 만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게임 출시 후 더 좋은 게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라이엇은 새 게임을 출시한 후 해당 게임의 e스포츠화를 노린다. 게임 출시 후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e스포츠 대회를 열고, e스포츠 흥행을 게임 흥행으로 이어간다. 게임이 인기를 끌면 e스포츠 리그 역시 흥행하므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라이엇은 격투게임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모바일 버전 등 다양한 신작을 꾸준히 개발하는 덕에 앞으로도 신작 소식을 꾸준히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