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만 13세 이상 누구나 면허 없이도 전동킥보드를 타고 자전거도로를 다닐 수 있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이를 계기로 대중화 길을 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이용자 및 보행자를 위한 안전장치는 부실하다. 보험상품 개발도 더딘 실정이다.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고 위험은 더 커지고 신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홍대 거리를 다니는 전동킥보드/ 이광영 기자
홍대 거리를 다니는 전동킥보드/ 이광영 기자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9일 개정된 ‘도로교통법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개정된 법률은 오는 12월10일 시행된다.

개정안은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원동기장치 자전거 가운데 최고 속도 25㎞/h 미만, 총중량 30㎏ 미만 이동수단을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했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고, 이용자는 오토바이용이 아닌 자전거용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시민들은 이번 개정안으로 전동킥보드 이용 연령이 최저 중학교 1학년으로 낮아진 점에 우려를 나타낸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면허 및 연령 규제가 완화되면 사고 발생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7년 73건, 2018년 57건이었다가 2019년에 117건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삼성안전교통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49건이던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2019년 890건으로 3년 만에 18배 이상 급증했다. 이용자 수가 증가한 것 이상으로 안전사고도 늘어난 것이다.

안전모 등 보호장비 착용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이용자는 안전을 위협받는다.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로 분류되면서 안전모 착용 의무만 있을뿐 처벌 조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범칙금 조항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제호 삼성안전교통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동킥보드는 구조상 자전거보다 바퀴가 작고 이용자 무게중심이 높아 급정거나 교통사고 발생 시 이용자가 쉽게 넘어져 머리와 얼굴을 다칠 위험이 크다"며 "이용자의 안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2일 전동킥보드를 의무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이륜자동차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은 5월 만취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다 보행자를 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자동차보험을 가입하지 않는 부분(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에 대해서는 전동킥보드를 대상으로 한 의무보험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보험업계는 번호판이 없는 전동킥보드의 관련 보험 개발에 난색을 보인다. 손해율 관련 통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자가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들고 싶어도 정작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없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동킥보드가 레저용인지, 교통수단인지에 대해 법원이나 정부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이용자가 늘면서 보험 수요는 존재하지만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달리 전동킥보드는 통계에 따른 피해액 산정이 어려워 상품이 나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