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CT 확대경] 비용 개념이 없는 대한민국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0.06.19 06:00

    개인, 기업, 국가 할 것 없이 비용에 민감해야 한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그냥 하면 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안전만 해도 그렇다. 강조하고 법으로 제재한다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시설이든 사람이든 투입을 해야 하며, 이는 비용을 수반하는 일이다.

    물류창고 화재로 여러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행안부 장관을 지낸 정치인도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고 안전을 등한시 해 발생한 사고라고 비난했다. 정작 공공 운영 사업과 시설에 안전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본인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콜센터에 접속을 하면 감정노동자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누구나 들어야 한다. 대략 200만명의 콜센타 근무자가 하루에 100콜 정도를 처리한다고 가정하자. 쌍방이 이런 멘트를 듣기 위해 허비하는 시간을 비용으로 추정하면 1년에 수 백 억 원도 넘을 것 같다.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하지만 비효율적인 비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찾아 조치하면 될 것을 모든 국민을 교화의 대상으로 여기고 이런 멘트를 사전에 안내한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자동응답(ARS)도, 감정노동자인 상담원도 이제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시대이니 이런 불편도 얼마남지 않은 듯 하다. 인공지능 상담원과 채팅으로 서비스 받는 것이 곧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배달의 천국이다. 생수 몇 병, 계란 한판, 얼음 과자 몇 개도 주문하면 불과 몇 시간, 늦어야 다음날 아침에는 배송 받을 수 있다. 공급하는 쪽이나 구매하는 쪽이나 좋아서 하는데 국가적으로 합리적인 소비인지 의문이다. 프리미엄 고객, 상품의 신선도 유지와 신속 배달 요구, 구매 규모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주문을 성질 급한 우리 소비자들을 충족하기 위해 즉시 배송을 한다. 이러니 온라인 쇼핑업계 전체가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다. 투자를 통해 적자를 메우는 방식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비스와 비용의 적정한 수준을 찾아야 한다.

    공급과 수요 당사자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하찮은 물품까지 즉시 배송을 하기 위해 늘어나는 교통, 온실가스 배출, 포장용 쓰레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편리만을 좇기에 비용이 너무 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유통회사인 아마존은 회비를 낸 프리미엄 고객에게만 무상 배송을 한다. 물론 프리미엄 고객에게 다른 여러 가지 특혜를 준다. 배송 시간의 긴박성 요구에 따라 비용을 차등 부과하는 방식도 검토해 봄직하다.

    물류센터 안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알지 못하는 택배요원을 마주치는 것도 불안한 일이다. 미국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로 폐쇄했던 소매점이 제한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커브사이드’(curbside, kerbside) 픽업이 새로운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주문을 한 후에 본인이 직접 픽업하는 방식이다. 접촉감염 불안도 줄여 주지만 공급자와 수요자 쌍방이 역할을 함으로써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식이다.

    사회적 이슈만 생기면 법을 만들고, 정책을 남발하는 것도 비용을 늘리는 일이다. 일자리를 이유로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규제 요구가 빗발친다. 이로 인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여러 일을 할 수 없다. 이는 곧 국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정치인들이 모든 일에는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들 수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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