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SW) 기업 SAP가 자사 고객, 파트너사와 클라우드 기반의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 개발 환경을 조성한다. 기업이 SAP 서비스를 기반으로 현장에 필요한 솔루션을 직접 개발해 공유, 판매하는 오픈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른바 ‘산업 클라우드(Industry Cloud)’다. 또 SAP 솔루션을 사용하는 한국 기업 기업 간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한국 SAP 사용자 그룹(KSUG)’도 설립한다.

SAP는 16일 연례 IT 콘퍼런스인 ‘사파이어 나우 리이매진드(SAPPHIRE NOW Reimagined)’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이같이 비전을 발표했다. 17일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미디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온라인 질의응답과 산업 클라우드 계획을 밝혔다.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가 온라인으로 사파이어 나우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 SAP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가 온라인으로 사파이어 나우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 SAP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 돕는 산업 클라우드
한국은 산업 클라우드 ‘유망주’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 나서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 핵심 역량은 지속가능성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산업 클라우드가 그 역할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 클라우드는 SAP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플랫폼(BTP)에서 SAP 파트너와 고객사가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자 플랫폼이다. 이들이 개발한 솔루션의 저작권을 직접 갖고 판매하거나 SAP에 지분을 넘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SAP 브랜드를 붙이 판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개념도 갖고 있다.

BTP는 SAP가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DB), 데이터 관리, 분석,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통합,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등의 서비스를 포괄한다. 기업 클라우드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면 쉽다.

클라인 CEO는 산업 솔루션을 다수가 함께 개발하면 각 산업군에서 필요한 솔루션을 보다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소스 개념이다. 또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사용으로 온프레미스 대비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성렬 SAP코리아 대표는 SAP의 이같은 기업 클라우드 추진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글로벌 경쟁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특성이 원천 기술보다 응용 기술에 특화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한국은 클라우드 같은 인프라스트럭처나 운영체제(OS) 등 원천 SW 기술은 글로벌 경쟁력이 낮다"며 "하지만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 등 응용 SW 기술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클라우드 기반 기업 솔루션 시장은 이제 막 경쟁이 시작된 상태다"라며 "늦지 않은 만큼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한국산 기업 솔루션을 해외로 가져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10년간 클라우드 기반 산업 솔루션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이성렬 SAP코리아 대표와 김홍기 KSUG 회장, 김진섭 PWC 컨설팅 상무가 기자 간담회에서 패널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 SAP코리아
왼쪽부터 이성렬 SAP코리아 대표와 김홍기 KSUG 회장, 김진섭 PWC 컨설팅 상무가 기자 간담회에서 패널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 SAP코리아
한국 SAP 사용자 그룹 ‘KSUG’ 태동, 미국·독일·일본과 어깨 나란히

SAP는 공동 혁신 문화를 조성하고자 한국에 비영리 법인 KSUG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KSUG는 SAP 솔루션을 사용하는 한국 기업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다. SAP는 설립 후에는 별도로 운영할 예정이다.

KSUG 초대 회장은 김홍기 전 삼성SDS 부사장이 선임됐다. 김 회장은 "이제 막 법인을 설립한 단계로 다음 달에 홈페이지를 열고 소통하면서 회원을 받으려 한다"며 "향후 한국 산업의 특수 상황을 SAP가 반영할 수 있도록 KSUG가 목소리를 높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과 소통할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성렬 대표는 "미국(ASUG)과 독일(GSUG), 일본(JSUG)에 있는 SAP 사용자 그룹이 3대 그룹으로 꼽힌다"며 "한국 상장 기업의 85% 이상이 SAP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KSUG가 조만간 4대 사용자 그룹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