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경의 테크&영화] 사람이 긋는 과학의 경계, 업그레이드(Upgrade, 2018)

입력 2020.06.21 06:00

주제로, 소품으로, 때로는 양념으로. 최신 및 흥행 영화에 등장한 ICT와 배경 지식, 녹아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업그레이드(Upgrade, 2018) : ★★★☆(7/10)

줄거리 : 그레이는 디지털 기술과 문명을 싫어하고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수리업자다. 별안간 그는 괴한들의 습격으로 아내를 잃었고, 자신은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천재 과학자 에론은 폐인이 된 그레이에게 자신이 만든 첨단 컴퓨터 칩(인류의 미래 ‘스템’)을 몸에 이식할 것을 제안한다.

스템은 단순한 컴퓨터 칩이 아니다. 사람의 신경계를 제어하고 각종 초능력을 가져다주는 기계 신이다. 그레이는 스템의 힘을 빌어 복수에 나선다. 괴한을 차례로 찾아가 복수한 그의 앞에 에론과 아내, 스템이 숨겨온 가공할 비밀이 드러나는데……

"컴퓨터 칩…...아기도 낳고 풋볼도 할 수 있나?"

망원경이나 현미경 수준으로 정밀한 인공 눈. 수백㎏의 무게를 거뜬히 들어올리는 로봇 팔과 시속 수십㎞ 속도로 달리도록 돕는 로봇 다리. 한번 본 것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단숨에 수만가지 사고를 동시에 처리하는 전자 두뇌.

SF 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동시에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최근 과학계는 사람의 눈과 대등한, 몇몇 부분은 더 우수한 인공 눈 연구 개발 성과를 내놨습니다. 휠체어를 대체할 인공 골격, 실제 팔다리와 흡사하게 움직이고 힘도 센 전자 의수와 의족 등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
첨단 과학 기술로 만든 이들 보조 기구를 쓰면, 사람은 각종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과학은 사람의 한계를 벗어나 슈퍼맨, 심지어 신과 가까운 능력까지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과대평가라고요? 사람은 스스로 신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며 발전해온 존재입니다. 1900년대를 살던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면 ‘신’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오늘날 사람도 눈 앞에 상상만 하던 과학이 펼쳐지면 으레 신을 봤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람이 만든, 사람 없이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과학. 하지만, 오남용하면 도리어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것 또한 과학입니다. 과학이 사람 없이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2018년 개봉한 영화 ‘업그레이드(Upgrade, 2018)’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휠체어 타는 내가 망할 닌자인 건 몰랐겠지?"

과학이 발전하면서 갈고리 손은 의수로, 목발은 의족으로 진화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의수와 의족은 점점 더 사람의 손발과 흡사해졌습니다. 과학이 더 발전하면? 의수와 의족은 사람의 손발보다 더 많은 기능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기꺼이 손발을 자르고 의수와 의족을 쓰시겠습니까? 아니면 손발을 지키겠습니까?

과학이 더 더 더 발전하면, 의수와 의족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보조 기구가 등장할 것입니다. 사람의 두뇌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미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가 보편화됐습니다. 이들의 능력은 사람보다 훨씬 나으면 나았지,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지금까지 과학을 잘 써서 번영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신이 될수도, 사신이 될수도 있습니다. 핵 반응을 핵폭탄으로 쓸지 핵발전소로 쓸지, 방사능을 무기로 쓸지 의료기로 쓸지, AI를 편의를 위해 쓸지 해킹과 범죄를 위해 쓸지. 과학의 경계를 긋는 것은 오로지 사람입니다.

영화는 말합니다.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기술이지만, 결국 그 기술을 만들고 응용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기술은 반드시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기술을 신으로, 혹은 악마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창조주 사람이라고. 오늘날 정보통신시대에 사람이 반드시 되새기고 또 되새겨야 할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가짜 세상이 현실보다 덜 고통스럽지."

이 영화에는 다양한 정보통신기기가 등장합니다. 자동 운행에 비서 역할도 하는 자율주행차, 목소리로 명령만 하면 어떤 집안일이든 척척 해내는 스마트홈 시스템, 아무곳이나 터치하면 제어판을 만드는 홀로그램 터치 패널 등입니다.

음식 3D 프린터도 잠깐 언급되고, 증강현실 수술 시뮬레이터도 나옵니다. 가상현실은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2년 전인 2018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첨단 정보통신기기들은 대부분 실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미 눈 앞에 펼쳐진 기술을 보면 퍽 친근합니다. 곧 상용화될 기술을 보면 기대도 듭니다.

그러다가 기술의 부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을 보면 사뭇 섬찟한 느낌이 듭니다. 이 가운데 가장 섬찟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맨 마지막 등장하는 ‘그’입니다.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이기도 한 그의 정체. 흐름과 반전을 예상하기는 꽤 쉽지만, 영화 자체의 흡입력이 보완하고도 남습니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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