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일본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3개월째 얼어붙었다.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 이하다. 제조사별 희비가 엇갈리며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의 지형이 확 바뀌었다.

23일 일본 시장조사매체 BCN에 따르면, 5월 일본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은 지난해 5월보다 6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월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73% 줄어들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정이 조금 나아진 셈이지만, 여전히 불황이 이어지는 추세다.

제조사별 희비도 엇갈렸다. 신제품 출시 유무가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캐논의 5월 일본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은 지난해 5월보다 74.2% 줄었다. 2019년 9월 EOS M200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은 여파다. 캐논은 조만간 35㎜·8K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를 공개한다.

소니와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도 각각 60.8%, 61%씩 줄었다. 소니는 2019년 말 a6100과 a9 II를, 올림푸스는 2019년 말~올해 초에 걸쳐 PEN E-PL10과 OM-D E-M5 III 및 E-M1 III를 출시했다. 양사 모두 판매량 하락폭을 다소 줄이는 성적을 냈다.

반면, 후지필름의 5월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소폭인 8.2%만 줄었다. 2019년 말 X-Pro3, 올해 초 X-T200과 X-T4 등 신제품을 여럿 선보인 덕을 봤다.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업계 지형이 바뀐다. / 차주경 기자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업계 지형이 바뀐다. / 차주경 기자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이 줄며 제조사별 시장 점유율도 요동쳤다. 5월 25일 기준 시장 점유율 1위는 26%쯤을 확보한 소니다. 캐논은 24%쯤으로 2위에, 한때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올림푸스는 21%쯤으로 3위로 내려앉았다.

후지필름은 신제품을 앞세워 점유율 15%쯤을 확보해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신제품 X-T4가 판매량 8위에 오르는 등 선전했다. 반면, 니콘은 3월 이후 일본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 점유율을 10%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부진하다. 미러리스 카메라 업계 3강 경쟁에서도 일찌감치 밀려났다.

BCN이 일본 가전 양판점·전자제품 전문점의 카드 매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는 제품별 판매량 조사에서는 캐논 EOS M50이 1위에 올랐다. 소니 a6400과 올림푸스 OM-D E-M10 마크III 등이 차례로 2위, 3위를 기록했다. 35㎜ 미러리스 카메라는 7위 소니 a7 III 하나뿐이다.

BCN은 "일본 정부가 비상사태를 해제했지만, 관광 및 레저 산업계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며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살아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