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너티독의 어드벤처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를 두고 전문가와 게이머 사이에 평가가 극단으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호평을 쏟아내지만, 게이머들은 ‘망한 작품(이른바 망작)’이라며 실망을 내비친다.

22일 게임 관련 평점을 매기는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냉온탕을 오간다. 전문가 평점은 100점 만점에 95점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실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평점은 고작 3.8점에 불과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가 호평받는 이유는 ‘스토리텔링’
게이머들은 새로운 게임이 전작을 오히려 망쳤다며 ‘혹평’

라스트 오브 어스 1편 시점의 엘리(왼쪽)과 조엘 / 너티독
라스트 오브 어스 1편 시점의 엘리(왼쪽)과 조엘 / 너티독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는 유해한 균류의 확산으로 인류 대부분이 죽거나 좀비가 된 미래(2033년) 세상에서 살아남는 주인공 조엘과 엘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게이머는 과거 딸 ‘사라’를 비극적으로 잃은 ‘조엘’과 균류에 면역인 소녀 ‘엘리’가 서로 우정을 쌓으며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조엘과 엘리는 1편 엔딩에서 ‘긴말 하지 않아도’ 서로의 진심을 알고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게임 팬 사이에서는 최다 올해의 게임상(GOTY, Game of The Year) 수상작을 그 해의 ‘게임 대상 수상작’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다.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인정받은 라스트 오브 어스는 2013년 GOTY로 선정됐다. 각종 시상식에서 총 249개의 상을 휩쓸며 같은 해 글로벌 시장에 나온 락스타게임즈의 GTA5를 이겼다.

게임 스튜디오 너티독은 2013년에 라스트 오브 어스 1편을 출시하기 전 이미 언차티드 시리즈 등으로 어드벤처게임 개발력을 인정받았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그래픽이나 조작, 시스템 등 게임 플레이 보다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전달한다는 점 덕에 사랑을 받았다. 게임이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한 듯한 재미와 여운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스트 오브 어스2 출시 후 이 게임에 평점 100점을 준 게임 매체 IGN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전작 게임의 플레이 요소에 더해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 풍부한 세계 디자인 등을 업그레이드 한 걸작이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100점을 부여하며 "2부 엔딩은 전작을 능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게임은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도 오래도록 감정적 여운을 남긴다"고 호평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2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시영 기자
라스트 오브 어스2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시영 기자
하지만 일반 게이머의 반응은 달랐다. 심할 경우 평점으로 0점을 준 게이머도 있다. 한 게이머는 "이 게임을 하기 위해 무려 5년을 기다렸으나, 실망이 크다"며 "게임을 하기 위해 하루를 날렸고, 인트로와 결말이 너무 끔찍해 그냥 이 게임을 잊고 싶다"고 혹평했다.

게이머가 전작 출시 이후 무려 7년을 기다렸던 라스트 오브 어스2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게임 줄거리 영향이 크다. 깊이와 여운을 담은 전작의 스토리를 오히려 망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2편이 ‘명작’으로 분류되는 전작과 해당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2편에서는 1편에서 활약했던 주인공의 비중이 대폭 줄었고, 오히려 게이머가 원수처럼 느끼는 ‘애비’라는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내용까지 크게 담았다. 이 탓에 ‘내가 7년동안 기다리던 게임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게임사는 결말 부분에 여운과 함께 추가적인 생각 거리를 남기려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악평을 만드는 요인이 됐다. 게이머의 공감과 이해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게임 발매 연기되고 해킹 악재까지

게임 출시 전 악재도 겹쳤다. 라스트 오브 어스2는 원래 2월 21일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시간을 더 들이는 대신 게임의 품질을 높이자는 목적으로 출시일을 5월로 한차례 미뤘다. 하지만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4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세계 물류 환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를 들어 게임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4월 말에는 해커에 의해 게임의 거의 모든 스토리가 유출되기도 했다. 해외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의 한 이용자는 라스트 오브 어스2 컷신 일부를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공개했다. 해당 스트리밍 방송에는 게임 핵심 줄거리와 반전, 엔딩 내용 등이 포함됐다. SIE는 동영상 유통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줄거리를 알 수 있는 스포일러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다.

스포일러는 스토리텔링 게임의 적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2는 2020년 기대작이었지만, 출시 전부터 김이 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SIE는 결말 유출 다음날 게임의 공식 발표일을 6월 19일로 한다고 밝혔지만, 원래 출시일이었던 5월 29일과 비교해 며칠 차이가 나지 않는다. SIE가 애초 게임 출시 연기를 선언했던 이유인 ‘코로나19에 따른 유통 상황 문제’가 단순 핑계 아니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너티독 부사장, 동성애 지적에 ‘불쾌감’ 드러내


닐 드럭만 너티독 부사장이 동성애 관련 비판을 받은 후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 / 온라인 커뮤니티
닐 드럭만 너티독 부사장이 동성애 관련 비판을 받은 후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 / 온라인 커뮤니티
동성애 관련 스토리도 게임 흥행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트 오브 어스2의 경우, 주인공 엘리의 동성애 장면이 논란이 됐다. 엘리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은 전편 DLC를 통해 알려진 일이긴 하지만, 게임사가 동성애 장면을 과하게 활용했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허지웅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스트 오브 어스2 게임과 관련한 플레이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게임사는 전편의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들을 모욕하고 깔보고 조종하며 설교하는 등 교조적 모습을 보였다"며 "회사 측이 애비 캐릭터를 직접 조종하며 교훈을 받아야 한다고 강요한 것은 선을 넘은 행동이다"고 말했다.

최근 게임이나 영화 등 콘텐츠 제작사는 인종, 성별, 성적 소수자 등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과거 패트릭 쇠더룬드 전 EA 최고창작책임자는 게이머가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배틀필드5의 전장에 여성이 있는 모습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 데 대해 ‘지적을 하는 그 사람들은 못배운(Uneducated) 사람들이고, 이것은 게임일 뿐이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각본을 담당하는 닐 드럭만 너티독 부사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에 커트 코베인의 ‘성소수자, 여성, 인종차별자는 공연에 오지 말라’는 말을 인용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