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어느 한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백신 공동구매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위험이 점차 높아져 임상 막바지에 접어든 코로나19 백신 선점 경쟁이 국가별로 치열해 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26일(현지시각) 미국 의학매체 스탯 등 외신에 따르면 WHO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손잡고 2021년 말까지 코로나19 고위험군 20억명에게 백신을 우선 공급하는 공동구매를 추진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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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일부 선진국은 백신 개발사와 개별 협약을 맺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자국민 백신 공급분을 확보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4개국은 백신 동맹을 맺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에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도 아스트라제네카에 백신 개발 자금을 대는 조건으로 3억명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다. 최근에는 브라질과 일본도 아스트라제네카에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백신 개발사에 투자하지 못한 국가는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WHO가 백신 공동구매 추진에 나선 배경이다.

굼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는 "개별 국가가 한 백신에 투자를 집중하면 위험하다"며 "나중에 성공해도 다른 국가는 해당 백신을 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도 올바는 접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동구매는 WHO가 각 국가로부터 일정 금액을 투자받는 식이다. WHO는 20억명 접종분의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약 181억달러(약 21조7900억원)로 추산한다. 이는 백신 후보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성공할 경우 조달과 배송까지 책임지는 데 사용된다. 현재까지 모금액은 34억달러다.

투자한 국가는 CEPI가 지원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 9개를 포함해 국제 단체들이 향후 구매할 백신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어떤 백신이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발 자금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하면서 나중에 개발된 백신을 공정하게 할당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다. 국제 구호 단체들도 함께 투자해 저개발국가를 위해 백신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공동구매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된 코로나19 대응 기금 조성 국제회의에 참여해 백신·치료제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과정에서 국제 공조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