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코로나19에 이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류진화 중국 농업대 교수와 조지 가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장 연구진은 29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중국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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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10개 지역의 도축장과 동물병원 돼지로부터 3만 건의 검체를 채취해 179개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리했다. 그 결과,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 대다수는 2009년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H1N1) 계통인 ‘G4’ 계열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람과 유사한 감염 증상을 보이는 페럿(Ferret, 족제비의 일종)을 이용해 바이러스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신종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뿐 아니라 전염성이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아직 G4가 인간에게 전염된 직접 증거는 없다. 다만 연구진은 돼지 사육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 간 전염이 용이해지면 팬데믹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농업대 연구진은 "G4 바이러스는 2009년 팬데믹을 유발한 바이러스 유전자가 포함됐다"며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감염이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에드워드 홈스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한 매체 인터뷰에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곧 인간에게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4월에는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새우에 치명적인 질병이 퍼지면서 관련 어업에 종사하는 수만 가구가 생계 위협을 받았다. 당시 바이러스 기원과 전파경로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 인체 유해성 여부도 마찬가지다. 다만 감염률과 치사율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는 한타 바이러스 유행이 경보되기도 했다. 당시 원난 성 출신 노동자 톈 모씨는 버스를 타고 일터로 가는 중 사망했다. 그는 사후 검사에서 한타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았다. 한타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염사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타바이러스에 의해 발생되는 신증후출혈열(유행성출혈열) 전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중국 현지에서는 한타바이러스 일부 증상이 코로나19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전염병이 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