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포커스] 무개념 사진가의 추태, 생태환경 부수고 자연 훼손까지

입력 2020.07.03 06:00

금요일마다 디지털 카메라·캠코더·렌즈·스마트폰 카메라 등 광학 업계 이슈를 집중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밥은 먹고 다니냐?" 봉준호 감독의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주인공 박두만이 범인에게 나지막이 던진, ‘숱하게 범죄를 저지르고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고 묻는 명대사입니다. 당시 박두만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이 대사를 ‘범인을 실제로 만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에도 등장한 무개념 사진가…꾀꼬리 부부 비극으로 내몰아

최근 몇몇 생태 사진가의 몰지각한 행위가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새 꾀꼬리 부부가 한 나무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네마리 낳았습니다. 그런데, 사진가 십수명이 이 소식을 듣고 새 사진을 찍겠다며 둥지 주변에 진을 쳤다고 합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사진을 찍는데 방해된다며 둥지 주변 나뭇가지를 잘라내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둥지는 비바람과 햇볕, 천적 등에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새끼 두마리는 이 때문에 죽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꾀꼬리 부부는 둥지를 떠났고, 나머지 새끼 두마리의 행방도 알 수 없습니다.

무개념 생태 사진가 이야기는 놀랍게도 수십년 전부터 꾸준히 일어난 일입니다. 이번 사례처럼 사진을 찍겠다고 둥지 주변 보호벽인 나뭇가지를 죄다 쳐낸 사진가는 예사입니다. 새들이 놀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사실 효과도 없는 플래시를 연발하는 사진가, 진을 치면서 먹고 마시며 고성방가에 쓰레기는 죄다 버리고 가는 사진가가 매년 있었습니다.

무개념 생태 사진가 논란, 이제 끝낼 때가 됐습니다. / 차주경 기자
꽃 사진을 찍고 ‘나만 봐야지’라며 꽃을 꺾어버리는 사진가는 또 어떻습니까? 심지어 사진을 찍는 동안 아기 새가 움직이지 못하게 다리를 나뭇가지에 접착제로 붙여버린 사진가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발각되고도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사진의 예술성을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비판만 한다’며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비판이 쏟아지면 이들은 모습을 감춥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나타납니다. 사진을 찍겠다며 자연을 훼손하고 생명을 괴롭힙니다. 그러다 또 발각되고 문제가 되고 비판이 쏟아지면, 잠잠해졌다 또 나타납니다.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해마다 등장하는 자연파괴·도촬 사진가들…자정 노력 기울여야

몇몇 무개념 생태 사진가 때문에 정직하게 사진을 담는 대다수의 취미 사진가들까지 비판을 받습니다. 정직한 취미 사진가의 기를 죽이는 것은, 사진이라는 예술을 모욕하는 행위는 생태뿐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여름 휴가지에서 망원 렌즈를 자랑스레 휘두르며 다른 사람, 특히 여성의 몸 이곳저곳을 몰래 찍는 ‘도촬 범죄’는 올해에도 분명 수차례 보고될 것입니다. 사유지,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공공 장소 등 출입 금지된 곳에 억지로 들어가 사진을 찍다 폐를 끼치는 ‘무단 침입’ 사례는 또 얼마나 많이 나올까요? 명당을 차지하고 다른 사람들의 통행을 막는 ‘점거’ 사진족도 눈쌀을 몇번이나 찌푸리게 할 것입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진은 우아한 취미이자 예술 부문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취미 사진가들은 부담 없이 카메라를 꺼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진은 예술은 커녕 부정적인 행위가 됐습니다. 심지어 도촬을 비롯한 범죄에 악용된다는 오해를 살 정도입니다. 카메라를 꺼내면 혹시 도촬범은 아닐까 주변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십상입니다.

사진이 멸시받는 시대. 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사진가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합니다.

먼저 사진 예술을 즐긴다는 핑계 하에 묵인된 잘못된 관행을 버려야 합니다. 목적과 수단 모두 아름다워야 예술입니다. 둘 중 하나만 부족해도 사진은 예술이 아닌 범죄가 됩니다.

사진가, 커뮤니티는 늘 자성해야 합니다. 앞서 든 사례처럼 잘못된 방법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칭찬하지 말고 비판해야 합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사진을 찍는 이를 보면,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이렇게 찍은 사진은 커뮤니티나 사진전에서도 퇴출해야 합니다. 단, 반성할 기회는 줘야 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행동을 한 사진가가 숨지 않고 반면교사할 수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수십년간 이어진 악습, 금방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등 정보통신기술을 능숙하게 쓰는 젊은 사진가라면 무엇이 왜 잘못인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 잘 알 것입니다. 이들이 자정 노력을 기울인다면, 모범적인 사진 문화를 보여준다면 다음 세대 사진가들은 무개념 사진가가 아닌, 정직한 취미 사진가이자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영화 ‘살인의 추억’의 대사를 언급한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현실을 만든 무개념 사진가들에게 묻습니다.

(숱하게 잘못을 저지르고 다니면서)사진은 찍고 다니세요?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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