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은 노동자에게 가야 할 인건비를 줄여 자신의 배만 채우는 기업과 기업의 모든 피고용인 사이에 지켜져야 한다" "좀 더 배웠다고 비정규보다 두배 받는 게 불공정"
이른바 대선주자급으로 장관까지 지낸 사람들이 한 말이다.
말은 생각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들의 사회주의적 경제관을 무심코 표출한 걸로 보인다. 어쩌면 뚜렷한 ‘관’도 없이 정치적인 선동의 언어를 뱉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삼성, LG 같은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여 기업의 배만 채운다고 생각하는지 이들에게 묻는다. 기업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적대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누구나 더 받고 싶은 욕심은 있을 수 있지만 이 회사들이 임금을 적게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큰 기업이 하청기업을 착취한다고 하기도 한다. 기업들의 구매는 조달청의 구매 방식과 다르다. 우리나라, 우리 지역, 우리 중소기업 제품이기 때문에 적당히 구매해 줄 수 가 없다. 글로벌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 면에서 세계시장에서 가장 앞서가는 협력기업 제품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맞추기 위해 글로벌 협력사들은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협력사와의 거래 조건은 정치권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이익을 나누는 관점이 아니라 그 회사 본연의 글로벌 경쟁력인 것이다. 그러니 혁신에 뒤처지는 기업은 힘들고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는 기업이 왜 더 나누지 않고 이익잉여금을 많이 쌓아 두냐고 공격한다. 그런데 잉여금은 덜 나누어 생긴 돈이 아니다. 글로벌경쟁에 앞서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한 결실이다. 자본투자로 공장을 스마트화한 결과다. 과감한 해외 진출의 성과다.
이렇게 어렵사리 번 돈은 허투루 써버릴 수 없다. 경쟁에 처지지 않기 위해 재투자를 해야 한다. 팬더믹이나 경기침체 같은 다양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찾거나 인수합병(M&A)에도 써야 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술 거인들은 물론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과 경쟁해 살아 남으려면 탄환을 많이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
이익을 내지 못해 세금도 못 내고 국가에 부담을 주는 기업보다 잉여금을 쌓아둔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어찌해서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를 비난하는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인천국제공항 사태가 공정의 시비를 일으켰다. 어떤 이는 좋은 학벌을 가졌다고 시험을 잘 봤다고 더 받는 게 공정하냐고 말해 가뜩이나 성난 젊은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존 직원들과의 형평성과 채용 기회의 박탈 가능성을 말하는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이런 말도 평소의 생각을 뱉은 것이리라.
기업이 학벌로 임금을 차등하는 경우는 없다. 하는 일과 역할과 능력에 따라 임금(wage)이 다를 뿐이다. 사실 전세계 모든 도시, 산업, 회사규모, 일의 종류 별로 임금이 다 조사돼 있다. 결국 일자리별로 가격이 매겨져 있는 것이다.
이참에 획일적인 호봉제도에 의해 임금을 책정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 성격에 따라 임금을 정해야 한다. 학벌이나 시험 통과 여부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해야 한다. 채용할 때도 일자리 별 적정 임금을 놓고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회는 공정하게 하더라도 능력과 결과의 차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생산성에 연동하지 않는 임금제도와 노동조건의 강화는 뜻과 다르게 노동자의 삶을 점점 어렵게 한다는 사실과 아이러니를 직시해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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