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일 "사람과 인공지능(AI)이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과학기술인의 노력이 국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축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러한 노력이 "인류를 지속가능한 미래로 한 걸음 더 내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축사를 대독했다.

문 대통령은 "AI는 디지털 뉴딜의 핵심 분야로 ‘모두를 위한 모두의 AI’라는 이번 대회의 주제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과총 유튜브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과총 유튜브
올해 14회를 맞이한 이번 대회는 '모두를 위한 모두의 AI'를 주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화두인 AI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과학기술 분야 산·학·연·관·언 전문가가 모여 AI 기술 현주소, 인류 사회 속 AI의 미래, 과학기술계의 시대적·사회적 사명 등에 관해 얘기했다.

기조강연에는 김윤 SK텔레콤 CTO(테크센터장)가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증강 지능의 시대(Era of Augmented Intelligence:Human. Machine. Experience Together)’를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김 CTO는 애플에서 AI 비서 ‘시리(Siri)’ 총괄 개발 팀장을 역임한 음성인식 분야 전문가다.

김 CTO는 인간과 AI가 함께하는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그가 생각하는 AI는 ‘더 나은 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디지털 동반자’다. AI 기술의 부정적 영향과 위협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를 최소화하고 공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CTO는 "AI는 사람이 하는 일을 더 신속하고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하도록 도움을 주는 기술"이라며 "인간 중심 AI를 만들어 선순환 토대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김윤 SK텔레콤 CTO(테크센터장)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과총 유튜브
김윤 SK텔레콤 CTO(테크센터장)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과총 유튜브
이를 위해 개발자들이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가르치고 이를 어디에 이용할지 판단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단순히 성능 개선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사회와 사람을 고려한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CTO는 "예를 들어 유튜브에 적용된 AI의 목표는 추천 영상을 더 많이 클릭하게 만드는 것인데 추천 영상에 어떤 내용이 포함됐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며 "수치적인 목표만 중시할 게 아니라 인간, 사회적인 요소를 고려한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의 역할과 책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AI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양질의 데이터가 필수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CTO는 "AI는 아이와 같다. 현재 서비스 수준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투자하듯이 데이터를 제공하면 AI가 이를 학습, 능력이 생긴다"며 "단 AI에게 장난치면 잘못된 데이터를 배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I와 함께 하는 미래를 그려나가야 하는 이유는 AI 발전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용화된 AI가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이라면 미래에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온다. 김 CTO는 이를 ‘증강 지능’이라고 불렀다. AGI 상용화와 더불어 사람을 뛰어넘는 AI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CTO는 "증강 지능 시대는 한참 먼일이긴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더 빨리 올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향후 AI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은 모두 망할 것이다. 기업의 AI와 개인의 AI가 소통하는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2020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가운데) / 과총 유튜브
2020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가운데) / 과총 유튜브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과 ‘제30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시상식이 함께 열렸다. 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이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개념인 '신호전달' 과정의 새 패러다임을 정립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우일 과총 회장은 "초연결·초지능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전 세계가 선진 과학기술로 미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특히 AI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초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차대회에서 국가의 미래성장 가능성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이 다채롭게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