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름을 갖는 것처럼 민간 항공기도 나름의 ‘호적’이 있다. 항공기는 태어날 때부터 수명을 다한 후 폐기될 때까지 겪은 역사를 호적에 남기며, 호적상 이름은 일반적으로 영어와 숫자를 병기해 정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소속 비행기의 주날개나 동체 뒷부분을 보면 ‘HL1234’와 같은 이름이 새겨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호적상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국제 민간항공기 등록 기호(Civil Aircraft Marking)’며, 모든 항공기는 한 국가에서 발행한 등록 기호를 갖는다.
국가 식별부호 뒤에는 총 4자리의 숫자가 자리하며, 이 숫자는 국토교통부의 ‘항공기 및 경량항공기 등록기호 구성 및 지정요령’ 고시에 따라 정한다. 이 숫자를 통해 항공기 종류와 엔진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숫자를 읽을 때도 일반 영어 단어처럼 포네틱 코드 형식에 따라 읽는다.
첫 자리는 항공기 종류를 나타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 자리 0은 글라이더와 비행선을 ▲1과 2는 피스톤 엔진 비행기를 ▲5는 터보프롭엔진 비행기를 ▲6은 피스톤엔진 헬리콥터를 ▲7과 8은 제트엔진 비행기를 ▲9는 터빈엔진 헬리콥터를 나타낸다. 국외 여행 중 탑승하는 항공기는 HL7XXX 이름을 달았다.
두번째 자리는 항공기가 탑재한 엔진 수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엔진이 하나면 1 ▲엔진이 두개면 0, 2, 5, 6 ▲엔진이 3개면 3 ▲엔진이 4개면 4, 6을 쓴다. 항공기가 얼마 없던 과거에는 1과 2만 써도 됐지만, 현재는 운항 중인 항공기 수가 늘어난 영향으로 이용 숫자가 확 늘었다. 세번째와 네번째 자리는 등록 일련번호로 이해하면 된다.
만약 대한항공 항공기의 국제 민간항공기 등록 기호가 HL7612라고 하면, 이 항공기는 제트엔진 2개 탑재한 항공기라고 이해하면 된다.
항공사는 국제 민간항공기 등록 기호와 별도로 KE0123편이나 OZ201등 ‘편명’을 별도로 사용한다. 공항에 근무하는 장내 아나운서는 항공기 탑승 관련 안내를 할 때 이 ‘편명’을 사용한다. KE나 OZ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부여하는 부호며, 부호 뒤에 오는 3자리 혹은 4자리 숫자는 항공기 운행 관련 대략적 정보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편명의 첫 숫자의 경우 0은 국제선을, 1은 국내선을, 5는 공동운항을 나타낸다. 두번째 자리는 운항 지역을 나타내며, 3번째는 취항 도시, 마지막 자리는 입국(짝수)·출국(홀수) 여부를 나타낸다. 단, 항공사별 이름 짓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