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컨소시엄, 입찰참가 자격 변경 "이해 안 돼"
주관부서인 행안부가 정작 GNS 활용 안 해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국가융합망의 백본망 구축·운영 사업(이하 국가융합망 사업)이 입찰 시작 전부터 논란이다. 입찰참가 자격 변경이 KT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가융합망 백본망 구축·운영 사업은 행정안전부가 급격한 통신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자 이원화를 통해 통신망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예산 규모만 820억원(1망 541억원, 2망 286억원)을 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국가융합망 백본망 전국망 개념도 / 행안부
국가융합망 백본망 전국망 개념도 / 행안부
3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발주한 ‘국가융합망 백본망 구축∙운영 사업’의 제안요청서에 입찰참가 자격이 ‘국가정보통신서비스(GNS)사업자’가 아닌 ‘기간통신사업자’로 명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나라장터에 공개된 국가융합망 사업 사전 규격에 따르면 입찰참가 자격은 전기통신공사업법에 의한 기간통신사업자, 정보통신공사업법에 의한 정보통신공사 등록업체로 등록 돼 있는 곳이다.

GNS 주관부서 행안부가 입찰참가 자격을 기간통신사업자로 넓히면, 특정 사업자만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여기서 특정 사업자는 KT다.

국가융합망 사업은 전용회선 사업자, 인터넷사업자 등 여러 사업자가 필요에 따라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한다. KT는 원래 컨소시엄 대표 사업자였지만,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정당제재를 받기 전 자회사 KT SAT를 대표로 GNS 4.0을 갱신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릴 공공부문 입찰참여 제재를 피하기 위한 사전 조치였다. 주 사업자는 부정당제재를 받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KT SAT이 주 사업자, KT는 부 사업자로 입찰을 준비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내린 제재 기간이 예상보다 길지 않았다. KT의 부정당제재는 이달 말까지다. 국가융합망 사업 입찰이 들어가는 8월에는 KT도 주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행안부가 입찰 참가 자격을 GNS 사업자가 아닌 기간통신사업자로 넓힌 것은 KT가 주 사업자로 입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사전 규격에 대한 의견에도 이러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행안부의 답변은 ‘불수용'이다. 이유는 일정한 자격을 가진 모든 입찰희망자를 공정하게 경쟁입찰에 참여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GNS사업자 참여 전제로 작성된 제안요청서

행안부의 단호한 입장과 달리 국가융합망 사업 제안요청서에는 GNS 사업자가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요건들이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사업자 이원화 구성으로 사업자간 망 연동 및 GNS 사업자와 기타 기간통신사업자 회선 연동 방안을 제안 ▲서비스 해지, 중복장애 등 언급되지 않은 SLA 항목에 대한 품질기준 및 보상기준은 GNS의 SLA 체계를 준용 ▲GNS요금 체계를 기초해 요금표를 제출하고 적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정작 입찰 참가 자격은 GNS 사업자가 아니란 점이 모순이다.

타 컨소시엄에 속한 한 관계자는 "사업 발주 제안서에는 GNS사업자가 참여해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작성된 내용들이 잔뜩 있는데, 입찰참가 자격은 GNS사업자가 아닌 것이 비합리적이다"며 "기간통신사업자로 바꼈을 때 혜택을 보는 곳은 한 업체뿐인데, 그 업체를 위한 것 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라고 반박했다.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는 "GNS사업자로 제한하면 선택지가 3개 뿐이지만 기간통신사업자는 수백개"라며 "3개 사업자 중 2개를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제한경쟁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다양한 사업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입찰 참가자격을 기간통신사업자로 넓힌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망을 구축해야 하는 사업 특성 상 KT SAT 컨소시엄, LGU+ 컨소시엄, SKB컨소시엄 외 입찰에 뛰어들만 한 기간통신사업자가 많지 않다. 제안요청서에서 요구한 조건들도 사실상 GNS사업자가 아니면 충족하기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다.

입찰 참가 자격을 기간통신사업자로 변경한 것은 KT SAT 컨소시엄의 주 사업자가 KT SAT에서 KT로 바꿀 수 있게 된 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지 않냐는 질문에 행안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것은 홍보(대변인)실에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GNS 활용 안 하는 행안부

GNS사업자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도 합리적이라고 경쟁업체들은 주장한다.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다른 부처에서는 통신망 사업 입찰시 GNS 사업자를 대상으로 발주했는데, GNS 주관부처인 행안부가 오히려 GNS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GNS 홈페이지 갈무리
GNS 홈페이지 갈무리
GNS는 품질이 확보된 국가기관 전용 통신인프라 제공을 위해 기술요건과 요금, 서비스, 품질을 규정하고, 일정 기준을 갖춘 사업자를 선발해 사업권을 주고, 입찰을 하게 하는 제도다. 이처럼 보안성, 안정성, 경제성, 통화품질이 확보된 정보통신서비스가 있는데도 활용하지 않는 것은 행안부가 전자정부법에 따른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자정부법에 명시된 최소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제도를 수립해야 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 GNS를 활용하면 요금 할인을 통해 국가기관 및 지자체는 통신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827억이라는 예산에서 회선비용 산출은 GNS 4.0 백본회선 요금제와 30% 장기할인, 70% 다량 이용할인이 동시에 들어간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반면 기간통신사업장의 전기통신 약관 기준으로는 사업비용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