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를 어째야 하나?' 차세대 5G망 구축 기로에 선 LG

입력 2020.07.08 06:00

‘기존 인프라’ ‘수익성’ 고려하면 선택 불가피
미국 정부의 우방국 제재 동참 요구는 ‘부담’
선택 기로…LG측 "결정된 바 없어"
일각에선 美 대선 결과 기다릴 것이라는 분석도

LG유플러스가 차세대 5G 인프라인 28㎓대역 망 구축을 앞두고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화웨이 장비를 계속 선택해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하반기 착수 예정인 28㎓ 5G 인프라와 관련 주요 장비업체 4곳과 협의에 착수했다.

기존 3.5㎓ 대역 인프라를 구축할 때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4곳 장비를 모두 사용했다. 28㎓ 대역 인프라 역시 3.5㎓ 연결선상에 있어 원칙상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는게 업계 판단이다.

CC인증을 받은 화웨이 장비/ LG유플러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를 대신해 에릭슨 장비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에릭슨엘지는 최근 28㎓ 대역을 지원하는 5G 장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이미 상용화한 경험이 있는 만큼 경쟁사들보다 기술 수준이 앞선다는 주장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4개 장비업체와 협의 중이며, 화웨이를 배제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현재 28㎓ 대역은 단말 생태계가 확보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다"고 말했다.

이통3사는 2018년 5G 주파수 경매 당시 정부가 제시한 28㎓ 대역 의무구축에 따라 연내 1만5000개 이상씩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하반기 국내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 5G 스마트폰에 28㎓를 지원하는 모듈이 빠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본격적인 28㎓ 대역 상용화는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대선 결과 바라보는 LGU+

최근 해외에서는 보안 위협과 홍콩보안법 등으로 인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은 화웨이 장비를 계속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캐나다·영국·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 5G 네트워크 구축 시 중국 장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에 중국 정부는 보복 경고까지 한 상황이다.

이처럼 유럽과 북미 등에서 반 화웨이 흐름이 거세지자, 한국에서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택한 LG유플러스도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28㎓ 대역을 지원할 장비 공급업체를 선택할 때 반 화웨이 동맹에 동참한다면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과 비용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중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LG그룹 계열사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보복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서를 계속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이미 2018년 LG유플러스가 5G 장비공급 업체로 화웨이를 선택했을 때 상당한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했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도 국내외 반중정서를 무시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며 "화웨이 장비를 계속 고수하는 것도, 교체하는 것도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주도권 싸움에 더 힘을 쏟고 있고 그 화살이 화웨이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라며 "대선이 지나면 상황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LG유플러스는 이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G는 일반적으로 ‘6㎓ 이하(서브6)’와 초고주파인 28㎓대역으로 나뉜다. 현재 구축중인 5G 인프라는 3.5㎓ 대역으로 28㎓ 대역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이 때문에 ‘무늬만 5G’란 비판을 받는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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