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M, 8일부터 기기 등록해야 접속 가능
‘깡통계정’ 생성 어려워져 작업장 예방 효과 있을 듯
작업장은 기기 다수로 운영하는 탓에 규제 실효성 의문도

엔씨소프트는 8일부터 자사 대표작 리니지2M 전 이용자를 대상으로 기기 등록을 의무화한다. 게임에 접속하려면 문자메시지로 본인인증을 거친 뒤 사용하는 기기(PC, 태블릿, 휴대전화)를 등록해야 한다. 한 기기에서 접속할 수 있는 계정 수는 최대 20개까지다.

엔씨소프트가 다소 번거로울 수 있는 기기등록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작업장·매크로’를 어느 정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작업장이 한 기기에서 동시에 너무 많은 계정을 동시에 돌리거나 구글 비밀번호·아이디만으로 이른바 ‘깡통 계정’을 순식간에 생성해 악용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등록한 기기에서만 게임에 접속할 수 있으므로 해커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게이머 사이에서는 기기등록 조치가 작업장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규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기 등록 의무화를 우선 적용한 새 서버 바이움에서 작업장으로 추정되는 이용자 다수가 한 이용자를 동시에 공격하는 모습 / 리니지2M 홈페이지
기기 등록 의무화를 우선 적용한 새 서버 바이움에서 작업장으로 추정되는 이용자 다수가 한 이용자를 동시에 공격하는 모습 / 리니지2M 홈페이지
작업장이나 매크로는 마치 1인칭슈팅(FPS)게임에서의 핵(불법프로그램)처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이용자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해치고, 게임 흥행의 발목을 잡아 게임 기업에게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다.

리니지2M은 여타 모바일게임이 그렇듯 기본적인 자동 사냥 기능을 지원한다. 물론 자동사냥 중에도 일반적인 게이머에게 가끔 게임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적에게 대응하거나 마을로 귀환해 모두 소비한 물약을 다시 구입하는 정도의 조작은 요구한다. 하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이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

게임 내 재화를 모아 실제 돈으로 팔아 이득을 취하는 이른바 ‘작업장’ 세력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다수의 캐릭터로 사냥터를 점령한 뒤 사실상 공간을 독점한다. 리니지2M에 존재하는 사냥터 중 다수에서 활 캐릭터 다수가 한자리에 뭉쳐 마치 ‘공장’처럼 사냥을 반복하는 모습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몬스터가 나오는 족족 작업장 캐릭터가 합심해서 해치우므로, 특히 근접 캐릭터를 키우는 일반 이용자 사이에서는 캐릭터를 키우기 너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최근에는 작업장이 활용하는 매크로가 고도화된 탓에 이용자가 섣불리 작업장 캐릭터를 건드리기도 쉽지 않다.

이용자 살상(PK) 시스템을 활용해 작업장 캐릭터를 사냥터에서 제거하려고 해도 자동으로 즉시 귀환해 도망치거나, 뭉쳐있던 작업장 캐릭터가 동시에 이용자를 공격해 손쉽게 쓰러뜨린다. 작업장은 무작위 시간·위치에 등장하는 몬스터와 보스를 해치우는 ‘자리체 이벤트’까지 점령했다. 모든 게이머가 즐겁게 사냥하고 보상을 획득한다는 기획 의도와는 동떨어진 결과인 셈이다.

이번 조치로 작업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한 이용자의 댓글(빨간색)과 새 서버 ‘바이움’에서 이미 작업장이 활동한다는 것을 근거로 이번 조치가 별 의미 없다고 해석하는 이용자의 댓글(파란색) / 리니지2M 홈페이지
이번 조치로 작업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한 이용자의 댓글(빨간색)과 새 서버 ‘바이움’에서 이미 작업장이 활동한다는 것을 근거로 이번 조치가 별 의미 없다고 해석하는 이용자의 댓글(파란색) / 리니지2M 홈페이지
게임 홈페이지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용자 사이에서는 8일 기기 등록 의무화 이후에 리니지2M의 작업장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반드시 본인인증을 거친 뒤 사용 기기를 등록해야 하므로, 아이디 비밀번호 만으로 순식간에 찍어내는 ‘깡통 계정’을 생성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기 하나에 등록할 수 있는 계정 수가 무려 20개나 되고, 기기를 다수 마련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작업장 세력을 규제하는 게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기기등록 제도를 우선 적용한 새 서버 ‘바이움’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사이에서는 이미 바이움 서버도 작업장에 점령당해 게임을 플레이에 지장을 준다는 푸념 섞인 반응이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작업장 계정을 꾸준히 차단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알린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기는 작업장 캐릭터를 모두 막아내기에는 힘이 부친다.

FPS게임이 핵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것처럼 MMORPG에서의 작업장 완전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시시각각 게임의 빈틈을 뚫고 들어갈뿐 아니라 기술이 점점 고도화한다. 엔씨소프트는 작업장이 이용자의 플레이 경험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적발 시 계정 정지 등 강력 제재를 가한다.

리니지2M은 최근 새 서버 ‘바이움’을 제외하고 모든 서버에서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을 막는 강수를 뒀다. 작업장이 새 캐릭터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꾸준히 제재하면 점차 작업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개발팀은 4월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부정 행위를 저지른 기계의 게임 접속을 막는 하드웨어 밴(부정행위자가 사용한 기기로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막는 조치) 등 강경 조치까지 고려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