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보호무역주의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우려했던 상황이 서서히 불거지는 양상이다. 코로나 19가 확장하던 ‘세계화’에 제동을 걸고 꿈틀거리던 ‘보호무역주의’를 오히려 흔들어 깨우는 모습이다.

8일 협회 및 정부기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통상환경이 악화 일로다. 수출로 경제를 이끌어온 우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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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우리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셧다운(폐쇄)’ 등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지 않은 신호다.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 1~6월 한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같은 수입규제 조사 개시는 모두 23건이다. 지난해 상반기 19건보다 오히려 4건이 늘었다. 국별로 보면 미국과 인도가 각각 4건과 3건으로 많다. 중국, 러시아, 태국, 일본 등도 조치에 나섰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추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에도 자국 산업계 요구를 반영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수입규제 조치 이외에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유럽제조자연합(AEGIS Europe)도 무역구제조치 등 수단을 적극 활용해 외국상품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해 줄 것을 유럽집행위에 공식 요청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추이 / 한국무역협회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추이 / 한국무역협회
인도 역시 코로나 팬데믹 상황속에서 자국기업의 제소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등 자국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정부 보고서에는 한국의 디지털 교역 문제점 지적이 있었다. KOTRA가 발간한 ‘2020 USTR 무역장벽(NT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데이터 정책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에 있어 보안 규정이 디지털 교역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의 한국 진출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발표되는 NTE 보고서는 미국 기업·단체들이 해외 진출 애로사항 등을 담은 자료로 이를 기반으로 해외 무역장벽을 조사해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원석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차장은 "추가 보호무역조치 방지 등 국제공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지난 5월 APEC 21개국 공동선언문 발표와 같이 WTO내 입장이 같은 그룹의 목소리를 우리 중심으로 취합해 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PEC 21개국 통상장관은 필수품의 교역 흐름 보장, 코로나19 긴급조치 한시 시행 등을 내용으로 한 공동선언문을 5월5일 발표한 바 있다.

김준배 기자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