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정보보호 콘퍼런스인 ‘블랙햇(Black hat)’이 명칭 논란에 휩싸였다. 인종차별 단어라는 이유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찬반 논쟁은 물론 논란이 될 수 있는 기술 용어를 수정하자는 움직임 확산을 불러 일으켰다.

데이비드 클라이더마흐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블랙햇 명칭을 문제 삼고 있다. / 트위터
데이비드 클라이더마흐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블랙햇 명칭을 문제 삼고 있다. / 트위터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데이비드 클라이더마흐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최근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블랙햇이라는 콘퍼런스 명칭이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용어를 바꾸라며 8월 개최 예정인 ‘블랙햇 USA 2020’ 연설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블랙햇과 화이트햇(White hat)은 바꿔야 할 용어다"라며 "모든 이들이 용어 변경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나는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변화가 무의식적인 편견의 벽을 허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은 정보보안 업계에 찬반 논쟁을 불러왔다. 그를 옹호하는 입장도 있지만 블랙햇과 화이트햇 용어가 인종 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며 반대편도 만만찮다. 이들은 서부 고전 영화에서 악인이 검은 모자를 쓰고 선인이 흰 모자를 쓴 경우가 많아 자연히 붙게 된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IT매체 지디넷(zdnet)은 클라이더마흐 부사장이 쏘아 올린 논쟁과 유사한 명칭 변경 이슈가 최근 기술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링크드인, 트위터, 깃허브 등 기업이 제품과 인프라에서 쓰던 기술 언어를 바꾸고 있다"며 "마스터(master)와 노예(slave), 블랙리스트(blacklist), 화이트리스트(whitelist) 등 용어를 없애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도 올해 5월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디넷은 기술 업계의 변화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는 직접적인 인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시위 전부터 이미 기술 업계에 용어 변경 흐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시위 확산이 기술 업계 용어 변경 트렌드를 앞당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