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모바일게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캐주얼게임’처럼 귀여운 그래픽 처리를 한 캐릭터가 잇달아 나온다.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는 엔씨소프트 리니지2M, 넥슨 V4, 넷마블 A3 스틸얼라이브, 조이시티 블레스 모바일, 웹젠 뮤 아크엔젤 등 ‘아재’ 취향 실사풍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전성시대였다. 각 회사는 진중한 분위기를 내는 판타지 월드를 선보이며 경쟁했다. 이중 블레스 모바일을 제외한 모든 게임이 9일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권에 들며 최근까지도 흥행한다.

트릭스터M 이미지 / 엔씨소프트
트릭스터M 이미지 / 엔씨소프트
겉으로 보기에 귀여운 인상을 주는 캐주얼 캐릭터가 하나 둘 MMORPG에 합류했다. 카카오게임즈가 2019년 10월 출시한 달빛조각사는 출시 이후 매출 순위 2위까지 기록했다.

2020년 하반기에는 다양한 캐주얼 MMORPG 후발주자가 출격을 앞뒀다. 시장에 장악한 ‘아재 취향’ MMORPG를 밀어내고 캐주얼 MMORPG 전성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기업 다수가 과거 원작을 되살려 모바일 MMORPG로 제작하는 상황에서, 과거 유행했던 캐주얼 MMORPG 쪽에도 눈길이 닿은 것 같다"며 "원작 지식재산권(IP)의 힘에 따라 흥행 여부나 정도가 갈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귀여운 리니지’ 트릭스터M, 심리스 오픈월드, 충돌 등 기술 구현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트릭스터M을 개발 중이다. 원작 PC게임 트릭스터는 2003년 출시해 2014년까지 3947일 동안 서비스했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드릴로 땅을 파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드릴 시스템’ 등 독특한 시스템을 선보여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서 사랑받았다.

이성구 엔씨소프트 전무 겸 엔트리브소프트 대표는 엔씨의 대표작이자 캐시카우인 ‘리니지2M’ 유닛을 이끄는 인물이다. 엔트리브 대표직은 3년쯤 전부터 겸했다. 2일 열린 발표회에서 트릭스터를 ‘귀여운 리니지’라고 소개했다. 트릭스터 원작 플레이 경험을 계승하면서도 엔씨소프트의 MMORPG 철학을 게임에 다수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릭스터M은 로딩 없이 모든 맵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하나로 엮어 만든 ‘심리스 오픈월드’, 캐릭터끼리 같은 지역에 겹치지 않고 일정 공간을 차지하는 ‘충돌 처리’ 기술 등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에 구현한 핵심 기술을 적용해 출시하는 게임이다.

특히 충돌 처리는 대규모 이용자 간 전투를 구현할 때 중요한 기술이므로, 트릭스터M도 마냥 ‘가벼운 게임’이 아니라 커뮤니티 기반 대규모 전투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게임이 되리라는 해석을 해볼 수 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매출 차트 진입 직후 13위까지 순위 올려

라그나로크 오리진 게임 화면 / 오시영 기자
라그나로크 오리진 게임 화면 / 오시영 기자
7일 출시한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9일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21위로 진입한 직후 오후 2시 40분 기준으로 1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톱10 진입을 노린다.

이 게임은 원작을 반영한 귀여운 그래픽으로 제작됐고, 잡지·무도회, 옷입히기 등 아기자기한 콘텐츠를 다수 담아 특히 여심을 노렸다. 그러면서도 원작 PC게임 라그나로크의 퀘스트·스킬·업적·스탯 등 다양한 요소를 구현해 마치 PC게임 같은 깊이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회사가 라그나로크 오리진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그라비티는 원작 라그나로크 흥행에 힘입어 2005년 나스닥에 직상장한 기업이다. 2017년에는 라그나로크M을 출시했다. 이 게임 출시 뒤에 회사는 곧바로 상장 이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라그나로크M 이후 3년만에 등장하는 MMORPG에 ‘오리진’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점에서도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6월 출시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희수 라그나로크 오리진 PM은 게임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매출 순위 1위’라고 답했다. 차트에 처음 진입한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향후 ‘아재’ 취향 MMORPG를 끌어내리고 매출 상위권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업계의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코믹하게 무협 세계관 해석한 진열혈강호, 출시일은 미정

진열혈강호 이미지 / 엠게임
진열혈강호 이미지 / 엠게임
아직 출시 시기가 모호한 게임도 있다. 엠게임의 PC게임 ‘열혈강호’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하는 모바일게임 ‘진열혈강호’가 대표적이다. 진열혈강호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무협 세계관을 원작 만화처럼 코믹하게 풀어낸 MMORPG다. 원작 PC게임의 콘텐츠와 함께 전장, 던전 등 깊이 있는 콘텐츠를 추가하고 플랫폼에 맞는 편의성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진열혈강호는 사실상 개발을 전부 완료한 상태다. 중화권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따냈으나,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는 탓에 현지 진출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엠게임은 이에 동남아시아, 한국 지역에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열혈강호’의 모바일사업권을 보유한 룽투코리아와 협의하는 상황이다. 이 탓에 출시 예정일은 미정이다.

엠게임 측은 중국에서 열혈강호를 원작으로 하는 웹게임 ‘열혈강호전(유런테크, 엠게임)’, ‘모바일 열혈강호(룽투게임)’ 등이 성공한 점, 한국 시장에서도 리니지, 로한, 뮤 등 원작을 활용한 MMORPG가 연달아 흥행한 점을 근거로 ‘진열혈강호’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씰온라인의 마스코트 ‘꾀돌이 토끼’ / 구글 이미지 검색
씰온라인의 마스코트 ‘꾀돌이 토끼’ / 구글 이미지 검색
하반기에 공식 제목 등 공개하는 씰M, 익살스러움 담은 게임

플레이위드는 PC게임 씰온라인을 원작으로 개발 중인 모바일 MMORPG ‘프로젝트 씰M(가제)’의 공식 제목과 로고 등 게임 세부사항을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조부곤 플레이위드게임즈 개발PD가 개발을 맡았다.

씰온라인은 익살스러운 ‘꾀돌이 토끼’ 등 캐릭터를 필두로 한 ‘개그’ 요소와 카툰풍 그래픽을 강조한 게임이다. 2003년 출시 이후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등 10개 국가에 서비스한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