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사설망(VPN)은 원격근무 환경을 조성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외부에서 안전하게 사내망에 접속하도록 돕는 보안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보안성을 챙기는 대신 사용 편의성은 기회비용이 된다. VPN 연결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거나 때에 따라 끊기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VPN 구축시 고가의 장비를 설치해야 하고 사용자 인원에 따라 증설이 필요하는 등의 불편함도 덤이다.

클라우드 보안 기업 클라우드브릭은 더 이상 보안성과 사용 편의성 사이에서 저울질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클라우드 위에 하드웨어(HW)나 소프트웨어(SW)를 설치하지 않아도 안전한 원격근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클라우드브릭이 최근 출시한 원격근무 솔루션 ‘RAS(Remote Access Solution)’ 덕분이다.

클라우드브릭은 RAS가 급증한 원격근무 수요에 적합한 VPN 대체재라고 자부한다. 보안 장비와 전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도 부담 없이 클라우드 위에서 원격근무 환경을 조성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IT조선은 정태준 클라우드브릭 대표를 만나 RAS 출시 배경과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정태준 클라우드브릭 대표 / 김평화 기자
정태준 클라우드브릭 대표 / 김평화 기자
본격적인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 위해 분사 결정

클라우드브릭은 정보보안 회사 펜타시큐리티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 펜타시큐리티 내에서 웹방화벽 등 제품을 클라우드에 얹어 해외 사업을 진행했다. 2017년에는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클라우드 보안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클라우드브릭은 2017년 본격적인 해외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세계 70여곳에 파트너를 뒀다. 회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모든 사업은 원격으로 진행된다. 자연스레 원활한 원격근무 환경을 조성하고자 관련 솔루션을 개발했다.

정 대표는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원격 근무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사용하게 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근무 솔루션 요구가 높아져 사내에서 사용하던 솔루션을 패키징 형태로 판매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RAS가 상용 솔루션으로 탄생한 배경이다.

RAS, 사용 편의성과 보안성 잡은 VPN 대체재

정 대표는 RAS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VPN 대비 사용 편의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VPN이 지녔던 취약점 한계도 보완해 한 단계 높은 보안성을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RAS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보안 채널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해당 채널을 통해 사설망(회사나 조직이 소유해 독점으로 사용하는 네트워크)에 위치한 웹 서버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에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다. VPN 역할과 유사하나 별도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접속하면 된다. 사용 편의성이 높은 이유다.

RAS는 VPN 로그인 과정에서 생기는 보안 취약점도 보완했다. VPN은 암호화된 터널로 안전한 연결을 돕지만 PC나 모바일 등의 사용자 기기는 보호하지 않는다. 기기 단에서 해킹이 발생해 로그인에 성공할 경우 해커가 바로 사내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RAS는 로그인 시 일회용 비밀번호(OTP) 등의 다중 인증 기능을 제공해 보안성을 높였다. 기기 단에서의 보안 기능도 제공해 로그인 시도에서 발생하는 해킹을 차단했다. 사용자와 서버 간 모든 트래픽을 암호화할 뿐 아니라 모니터링을 통해 비정상 접근이 있을 경우 이를 막는 기능도 포함했다.

정 대표는 RAS가 우리나라에는 없던 보안 모델이라고 자부한다. 해외에는 한 곳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보안 회사가 아닌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회사이기에 차별점이 분명하다고 자신한다. 그는 향후 RAS 유사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 대표는 "VPN 보안 한계가 명확해 점차 여러 기업이 RAS와 유사한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를 출시해 경쟁할 것으로 본다"며 "클라우드브릭은 2015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 경험과 인프라, 기술 지원에서 성숙도가 높은 만큼 후발 주자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자부했다.

보안 회사에서 IT 회사로 사업 확대 계기 마련

최근 클라우드브릭은 세계 시장에 RAS 솔루션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현재는 클라우드 기반 웹방화벽 제품이 회사 전체 매출의 주류를 차지한다. 향후에는 RAS가 매출의 50%를 차지하도록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주 타깃층은 중소기업(SMB)이다. SMB는 대기업과 달리 보안 장비와 전담 인력이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다. 별도 구축 없이도 보안성을 높일 수 있도록 RAS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 규모를 떠나 클라우드 사용이 높아지는 만큼 전 업계로도 사업 확대를 기대한다.

정 대표는 "기업이 보안보다는 IT 시스템 일환으로 VPN을 바라보는 만큼 우리도 RAS 출시를 기점으로 IT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 계기를 맞았다"며 "지금까지 해외 사업을 꾸준히 해온 만큼 글로벌로 뻗어 나가 성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