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 유니세프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은 미래지향적 기부 수단"

입력 2020.07.12 06:00

크리스티나 로마조 유니세프 블록체인 총괄 인터뷰
블록체인·가상자산으로 새로운 기부 문화 형성 목표
1300개 이더리움·비트코인 1개 기부 돼
"세계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사에 적극 투자 예정"

기부는 어려운 이들을 자의적인 마음으로 돕는다는 점에서 대표 선행으로 꼽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부는 매년 줄어든다. 기부의 본질적 기능이나 기부금 활용 방식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제적 여유부터 기부에 큰 관심을 두지 못한다는 점, 기부 단체 불신 등도 기부 활동이 점차 줄어드는 이유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1년간 기부를 한 사람은 25.6%로 나타났다. 74.4%는 기부하지 않은 사람이다. 기부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 약 50%p 높은 수치다.

기부 단체들은 어떻게 하면 기부 문화를 새롭게 형성할 수 있을 지 고민한다. 기존 세대보다는 미래 세대를 타깃으로,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혁신 기술과 가상자산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산에 눈길을 돌린다.

크리스티나 로마조 유니세프 블록체인 총괄/유니세프
저개발국 아동의 복지향상을 위해 설치된 국제연합 특별기구인 ‘유니세프’도 그 중 하나다. 유니세프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활용해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례로 2019년 10월에는 이더리움 재단과 손잡고 가상자산으로 투자할 수 있는 크립토펀드를 결성했다. 국제연합(UN) 산하 기구 중 가상자산을 활용해 펀드를 세운 최초 사례다. 이더리움 재단이 가상자산으로 모인 기부금을 유니세프 프랑스 위원회에 전달하면 위원회가 이를 유니세프혁신사무소로 전달해 각 지역에 배포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으로 기부금을 받으며, 지출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기부금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IT조선은 7월 15일 열리는 글로벌 블록체인 행사(ABS2020)에서 기조연설 맡은 크리스티나 로마조(Christina Lomazzo) 유니세프 블록체인 총괄을 화상으로 먼저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디지털 세상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며 "유니세프는 미래 디지털 세상에 적합한 기술과 금융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고, 이를 확산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기술 융합으로 새로운 기부 문화를"

유니세프는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신흥 기술 투자에 적극적이다. 로마조 총괄은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 드론, 증강·가상현실(AR·VR), 블록체인 등에 투자하고 있다"며 "혁신 기술이 세계 빈곤국 내 취약한 아동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유니세프/ 구글 이미지 갈무리
유니세프가 주목한 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다. 가상자산에 관심이 높은 젊은층을 끌어들이면 새로운 기부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유니세프가 크립토펀드를 출시한 이래로 젊은 세대 위주로 미국과 호주, 프랑스, 뉴질랜드에서 가상자산 기부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현재까지 1300개 이더리움과 1개 비트코인이 기부됐다.

가상자산을 기부 매개로 채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로마조 총괄은 "유니세프 기부자들로부터 가상자산을 수락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며 "이에 미국과 호주, 프랑스, 뉴질랜드의 유니세프 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고 가상자산 기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과 뱅킹 등 모든 일상은 서서히 디지털화되고 있다"며 "온라인 뱅킹과 송금의 경우, 다양한 디지털 매개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수요가 크다. 유니세프는 가상자산이 미래에 유력한 기부 매개 중 하나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는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을 허용한다. 향후 세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타 가상자산을 채택할 가능성은 아직은 없다. 로마조 총괄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수락한 것은 가장 사용성이 높은 가상자산이기 때문이다"라면서도 "기부 생태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만한 가상자산이나 기술이 나타나면 적용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니세프 크립토펀드가 운용 모습 / 유니세프
가상자산 기부, 투명성 강화와 시간·수수료 절감 효과 거둬

로마조 총괄은 유니세프 가상자산 기부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투명성 강화다. 그는 "가상자산으로 기부하면서 기부자들은 자금 이동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됐다"며 "가상자산과 이를 기반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기부자와 후원 아동을 투명하게 연결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부에 소요되는 시간과 수수료도 개선됐다. 그는 "가상자산을 이체하는 데 기부자가 들인 시간은 통상 20분 내외고, 수수료도 높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세계적으로 즉각적인 가치의 움직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다 많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아직 개념이 생소하다는 게 로마조 총괄의 설명이다. 그는 "가상자산은 여전히 법정 통화 대비 새로운 개념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블록체인 기술 또한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며 관련 기부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선 일정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가상자산 기부 문화를 알리고 이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사를 발굴하고 이들에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로마조 총괄은 "유니세프는 데이터와 금융, 상호운용 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회사를 눈여겨 보고 있다"며 "특히 금융과 관련해 유니세프는 ▲일반인들이 가상자산을 쉽게 활용하고 보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탈중앙화 금융 상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금융 시스템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솔루션에 갈증이 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는 또한 기부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블록체인 가능성을 실험할 계획이다. 로마조 총괄은 "유니세프는 세계 빈곤국 아동이 학교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이니셔티브를 세웠다"며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해 후원 아동이 투명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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